이 한 편의 詩

불완전(不完全) /김현승

뚜르(Tours) 2018. 9. 4. 07:03

 


불완전(不完全)

 

 

더욱 분명히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아름다운 보석(寶石)들을

아낌없이 바다 속에 던진다.

 

죽은 사자의 가슴에다

사막의 벌떼는 단꿀을 치고,

 

가장 약한 해골은

승리의 허리춤에서 패자의 이름을 빛낸다.

 

모든 빛과 어둠은

모든 사랑과 미움은

그리고 친척과 또 원수까지도,

조각과 조각들을 서로이 부딪치며

커다란 하나의 음악이 되어,

우리들의 불완전(不完全)을 오히려 아름답게

노래하여 준다.


 

(김현승·시인, 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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