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시골 쥐 /유용주

뚜르(Tours) 2018. 9. 2. 08:05



시골 쥐

 

                               유용주

 

 

딸아이는 변두리에 산다

 

아이는 광고를 전공했는데

(인 서울 할 때 얼마나 박수를 쳤나)

그동안 수십 차례 알바를 돌았다

별명이 북한 어린이인 아이는 손목 힘이 없어서

삼겹살집이나 곱돌 비빔밥 식당에는 취직할 수 없다

커피 전문점 비싼 주전자를 깨

보름 동안이나 무료 봉사한 적이 있다

 

수학을 제일 못하는데 학원 수학 선생을 하지 않나

최근 사우나 알바를 할 때는

수건과 가운을 나눠주는 일이 주업무였다

주인은 아이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잘하면 다음달부터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고

4대 보험은 물론 월급까지 두 배로 올려준다고

 

삼포를 넘어 칠포 세대인 아이,

인턴을 다닌다

인턴을 위해 인턴을 다닌다

하루 1시간 15분씩 전철을 타고 인턴을 다닌다

 

아빠 얼굴을 꼭 닮은 아이

술을 맛나게 먹는 아이

성질까지 같아서 무조건 울고 난리를 치는 아이

엄마는 무서워 말도 못 꺼내는 아이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변두리에 사는 아이

아이 방은 냉골이다

몇 겹을 덮어도 냉골이다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아이와 나는 애꿎은 소주병만 찾았다

 

 

시집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문학동네, 2018)


출처 :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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