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쥐
유용주
딸아이는 변두리에 산다
아이는 광고를 전공했는데
(인 서울 할 때 얼마나 박수를 쳤나)
그동안 수십 차례 알바를 돌았다
별명이 북한 어린이인 아이는 손목 힘이 없어서
삼겹살집이나 곱돌 비빔밥 식당에는 취직할 수 없다
커피 전문점 비싼 주전자를 깨
보름 동안이나 무료 봉사한 적이 있다
수학을 제일 못하는데 학원 수학 선생을 하지 않나
최근 사우나 알바를 할 때는
수건과 가운을 나눠주는 일이 주업무였다
주인은 아이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잘하면 다음달부터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고
4대 보험은 물론 월급까지 두 배로 올려준다고
삼포를 넘어 칠포 세대인 아이,
인턴을 다닌다
인턴을 위해 인턴을 다닌다
하루 1시간 15분씩 전철을 타고 인턴을 다닌다
아빠 얼굴을 꼭 닮은 아이
술을 맛나게 먹는 아이
성질까지 같아서 무조건 울고 난리를 치는 아이
엄마는 무서워 말도 못 꺼내는 아이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변두리에 사는 아이
아이 방은 냉골이다
몇 겹을 덮어도 냉골이다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아이와 나는 애꿎은 소주병만 찾았다
ㅡ시집『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문학동네, 2018)
출처 :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61729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완전(不完全) /김현승 (0) | 2018.09.04 |
---|---|
아버지, 당신은 /김수우 (0) | 2018.09.03 |
찔레꽃은 피고 /신경림 (0) | 2018.09.01 |
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0) | 2018.08.31 |
동물본색 /윤준경 (0) | 2018.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