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아버지, 당신은 /김수우

뚜르(Tours) 2018. 9. 3. 00:12

 


아버지, 당신은

 

                            김수우   

 

 

, , 오래된 집입니다

나팔꽃이 피고 지며

바람이 들며나며 지은 집

쪽창을 밀고 들어온 저녁이

사진틀과 옷가지를 청보라로 물들이던 집

삶이 가진 불안과 희망이

기와가 되고 문지방이 되고

죽음이 주는 설움과 평화가 만든

마루와 벽장 속에는

알맞게 삭은 어질병이 살아갑니다

한때 바삭거리던, 이젠 눅눅한 그리움이

하나하나 벽돌이 된 그 집에서

젖었다 마르곤 하는

나와 나의 사람들과 내 추억의 몸들

녹슨 못들로 총총한 당신은

깨꽃과 산능선과도 잘 어울려

어떤 세상이라도 고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 채 옴팡집으로 적막한

당신 옆구리에 무당거미 한 마리

거미줄 치며 햇살을 고릅니다

 

 

시집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 시와시학사. 2002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고들빼기 꽃 /백승훈  (0) 2018.09.05
불완전(不完全) /김현승  (0) 2018.09.04
시골 쥐 /유용주  (0) 2018.09.02
찔레꽃은 피고 /신경림  (0) 2018.09.01
8월이 가기 전에 /오광수  (0) 2018.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