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첫눈 /김경미

뚜르(Tours) 2018. 11. 25. 08:11

 

 

첫눈

 

                                         김경미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 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 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 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 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