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목포의 눈물 /김백겸

뚜르(Tours) 2018. 12. 4. 07:26

 

 

목포의 눈물

 

                                       김백겸

 

 

햇빛이 시든 해바라기 꽃잎처럼 노래지는 오후

스포츠 색에 스마트폰을 넣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산책을 나간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듣는다

과거에 뽕짝이라고 경멸했던 노래

어느새 옛 가수의 비음鼻音과 선술집 작부의 젓가락 장단 같은 트로트가 달콤한 나이가 되었다

 

클래식기타를 치는 고3 수학교사 딸에게 이 가수의 슬픈 음색이 기가 막히지 않냐?”고 동의를 구했더니

에이, 저런 곡을 어떻게 들어요, 아빠 귀가 늙으셨어요.”하며 타박을 주었던 노래

 

클래식은 수학적 추상의 대위代位와 화성和聲때문에 훈련받은 감성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 때는 마이너레이블의 음반 재고를 찾아 인터넷을 방황한 컬렉터였지만

음반 속의 스타인웨이와 훔멜과 삼익의 피아노 음색을 구별할 수 있었을 때 음악을 놓아버렸지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년의 파산자처럼

 

과거에 시골버스 운전사가 틀어놓은가요반세기에서 목적지까지 간신히 참고 들었던 노래

내가 딸아이만한 나이였다면

똑같이 말했을 노래

 

 

반년간이문(2018년 상반호)

 

출처 :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61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