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참 이상한 일이죠/ 홍수희

뚜르(Tours) 2018. 12. 5. 08:39

 


 

참 이상한 일이죠/ 홍수희

 

 

예쁜 도자기 접시를 선물 받았죠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바라만 봐도  

꽃 사이에 있는 오필리아를 보는 듯  

샴페인 글라스의 장미를 보는 듯  

농익은 붉은 바탕에   

춤추는 꽃무늬에 취해 버렸죠  

선물 받은 접시에는 예쁜 음식만 담고  

깨질세라 다칠세라 조심조심 다뤘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죠  

아무 생각 없이 씻고 담던  

여느 접시는 튼실하기만 한데  

애지중지 다루던 꽃무늬 접시는  

어느 사이 모서리가 깨져버렸죠   

내 인생에 애지중지하던 것들  

꼭 그런 아픔을 내게 주었죠  

애착이 접시를 깨트렸는지  

관심이 접시를 깨트렸는지  

다른 무엇이 접시를 깨트렸는지  

참 이상한 일이죠 

 

출처 : 카페 '사랑의 향기마을'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맞이꽃 /백승훈  (0) 2018.12.08
갈대 숲에서 쉬고 있는 바람에게 /오광수  (0) 2018.12.06
목포의 눈물 /김백겸  (0) 2018.12.04
첫눈 /문병란  (0) 2018.12.02
가을새벽의 상념 / 김진학  (0) 201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