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김왕노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하고 손 한 번 잡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 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 데도 백년이 갈 거 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
―시집『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천년의시작, 2010)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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