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징검다리 /안행덕

뚜르(Tours) 2019. 1. 1. 07:06

 

 

징검다리

 

                                 안행덕

 

 

멈출 수 없는 세월에 뒤질세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도

가끔은 머뭇거린다

물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순해지는데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돌의

부르튼 발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른 발이 젖지 않고

징검징검 밟고 가라고

제 몸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침묵하며

흐르는 시냇물에 맨발을 숨긴 돌

 

물 위의 표정은 태연한척하지만

물살에 헌(傷處) 발은 상처투성이다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나란히 서 있는 친구 손을 붙들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르르 떤다

 

 

시집바람의 그림자(세종출판사, 2016)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