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le Mont Saint Michel)이란 매력적인 성지를 순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노르망디 해변,
작은 바위섬 위에 건립되고, 미카엘 대천사 성지로 명명된 이곳은
오래전부터 순례객들로 붐볐더군요.
성지의 기원은 이렇습니다.
708년 어느 날 밤 오메르 주교님께서 잠을 자고 있는데,
미카엘 대천사가 꿈에 나타나, 저 건너 바위섬 위에
자신을 기념하는 성전을 지으라고 명했답니다.
두 번이나 거듭 나타나 신신당부를 했건만
오메르 주교님은 개꿈이려니 생각하고 무시했답니다.
그러자 세 번째로 나타난 미카엘 대천사는 주교님의 머리에
자신의 손가락을 갖다 대고 백만볼트 ㅋㅋㅋ
전류를 통과시켜 구멍이 나게 했답니다.
그제야 정신을 바짝 차린 주교님은 섬에다가 성전을 건립하기 시작하셨답니다.
우리나라 제부도처럼 조수 간만의 차가 엄청나서 밀물 때는
엄청난 속도로 바닷물이 밀려들었다가 썰물 때는 빠져나가는 신비스런 섬인데다,
풍광마저 환상적이어서 수많은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답니다.
때로 순식간에 너무 많은 순례객들이 몰려들어, 인파에 눌려 압사하는 경우,
썰물 때를 이용해,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을 통해 성지로 걸어가다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는 밀물에 휩쓸려 죽는 등,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한때 이런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들이 떠돌았답니다.
'몽생미셸 성지 순례를 계획하는 사람은 출발하기 전,
유언서를 작성하고 떠나십시오!'
물론 요즘은 안전한 다리가 놓여 전혀 그럴 일이 없답니다.
'유언서 작성해 놓고 성지순례를 떠나라.'는 말이
오늘 하루 제 순례 여정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은 종신서원과 더불어 유언서를 작성합니다.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동산, 부동산, 저작권 등 제반 재산에 대해서는
수도회에 귀속시킵니다.
그 어떤 인위적인 연명치료를 거부합니다.
각막 및 장기는 기부합니다.
시신은 화장 후 수목장을 원합니다. 등등.
유언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지고 비장해지더군요.
동시에 뜨거워지고 경건해집니다,
조만간 다가올 마지막 날을 떠올리며,
더 뜨겁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남아있는 하루하루를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삶이 아니라,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더군요.
- 양승국 스테파노 SDB
출처 : 카페 ‘홍수희 시인의 하이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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