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영가(영혼의 노래)/ 성 십자가의 요한

뚜르(Tours) 2020. 5. 12. 07:19

 

영혼과 신랑 사이의 노래들

 

    [신부]

1.  당신은 어디에 숨으셨나요?

    신랑이여, 내게 탄식을 남기시고,

    도망친 수사슴처럼,

    내게 상처를 남기시고;

    소리치며 따랐으나, 당신은 가버리셨네요.

 

2. 가고 있는 목동들아

    언덕 넘어 저쪽 양 우리로,

    혹시라도 보았거들랑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분을,

    말해다오, 나는 앓고, 아프고, 죽어간다고.

 

3.  내 사랑을 찾으러,

    산과 강가로 가리라;

    꽃을 꺾지 않고,

    들짐승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요새와 국경을 넘어가리라.

 

4.  오! 숲과 밀림!

    신랑의 손길로 심어진,

    오! 녹색의 초원!

    칠보 같은 꽃들이 무성한,

    말해다오, 너희 곁을 지나치셨는지.

 

5.  많은 은혜 베푸시면서

    재빨리 숲을 지나가셨네,

    숲을 보면서 가는데,

    단지 그분의 모습대로

    아름답게 입혀주셨지.

 

6.  아! 누가 나를 치료해줄 것인가!

    이제 막 진실로 넘겨드렸건만;

    내게 보내길 원하지 않으시고

    오늘 더 많은 심부를꾼을,

    숲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줄 모른다오.

 

7.  섬기는 모든 것들이

    수많은 은총이 당신을 말하네요,

    모든 것들이 내게 종기를 돋게 하고,

    나를 죽이네요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말을 더듬는다오.

 

8.  당신은 어찌 견디시며

    어쩌면! 계실 곳에 계시지 않고,

    죽음으로 몰고 가며

    당신이 맞을 화살로

    이제 당신의 신랑을 알게 되었나요?

 

9.  왜 종기를 나게 하셨나요?

    제 마음 낫게 해주지 않으셨고

    내게서 마음을 빼앗아 가셨고,

    왜 그렇게 놔두셨으며,

    훔친 것을 가져가지 않으시나요?

 

10. 내 화를 가라앉혀 주소서,

     아무도 진정시킬 수 없나이다,

     내 눈이 당신을 뵙게 해 주소서,

     눈에 당신은 빛이시니,

     오직 당신을 위해 눈을 간직하려오.

 

11.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소서,

     당신 눈길과 아름다움이 나를 죽이네요;

     사랑의 아픔을 보아요

     치유되지 않아요

     오직 당신의 현존과 모습뿐.

 

12. 오! 수정 같은 샘!

     그 안에 당신의 밝은 용모를

     별안간 그려주셨기에

     내가 원했던 눈길을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기셨다오!

 

13. 신랑이여, 눈길을 거둬주소서!

     내가 날아가겠소,

 

     [신랑]

     비둘기여, 돌아오라,

     상처 입은 수사슴

     언덕 위에서 머리를 내밀고

     네 날음의 바람으로 식힌다.

 

     [신부]

14. 나의 신랑이여, 산들,

     숲이 우거진 호젓한 계곡들,

     오묘한 섬들,

     소리내는 강들,

     사랑 가득한 바람의 휘파람.

 

15, 평온한 밤

     밝아오는 동녘과 짝을 이루는,

     소리 없는 음악,

     고요한 고독,

     즐겁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만찬.

 

16. 암 여우들을 잡아주오,

     우리 포도밭 꽃이 만발하다오,

     장미 다발처럼,

     우리 다발을 만듭시다,

     동산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도록.

 

17. 멈춰다오, 죽음의 북새바람아;

     오너라, 사랑을 일깨우는 마파람아,

     내 밭을 위해 불어다오,

     꽃향기야 퍼져라

     신랑은 꽃 가운데서 풀을 먹으리라.

 

18. 오! 유다의 요정이여!

     꽃들과 장미들 사이로

     용연향을 풍기고,

     동구 밖에 머물러다오,

     우리 집 문턱을 넘보지 말아다오.

 

19. 내 사랑아 몸을 숨겨다오,

     얼굴을 들어 산을 보라,

     그렇게 말하지 말고;

     단지 동료들을 바라보라

     기묘한 섬을 통하여 가는 데서.

 

     [신랑]

20. 날쌘 새들에게,

     사자, 사슴, 잘 뛰는 노루,

     산, 계곡, 연안,

     물, 바람, 열기,

     망보는 밤의 두려움.

 

21. 달콤한 수금소리와

     바다 요정의 노래로 너희를 몰아내니

     너희 분노를 가라앉히고,

     성벽을 건드리지 말아다오,

     신부가 더 편하게 자도록.

 

22. 신부가 들어왔네

     그리던 아름다운 정원으로,

     그 맛에 쉬고

     목은 기대있고

     신랑의 달콤한 팔베개 위에.

 

23. 사과나무 아래에서,

     거기서 나와 약혼했고,

     거기서 네게 손을 내밀었지,

     보상을 받았지

     너의 어머니가 수치를 당한 곳.

 

     [신부]

24. 꽃이 만발한 우리 잠자리,

     사자 굴로 이어졌고,

     자홍포로 덮였고,

     평화로 세워졌고,

     금으로 장식된 천 개의 방패들.

 

25.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

     아가씨들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섬광의 어루만지심으로,

     잘 익은 포도주로,

     거룩한 향유의 퍼져나감.

 

26. 내면의 술 광

     내 신랑에게서 마셨고, 나갔을 때

     저 모든 광야로,

     아무것도 몰랐고;

     전에 따르던 습관을 잃었다.

 

27. 거기서 내게 가슴을 주었고,

     거기서 내게 아주 달콤한 지식을 주었지,

     나도 진정으로 드렸고

     내게 아무것도 남김없이;

     거기서 신부가 되기로 약속했지.

 

28. 내 영혼은 전념했고,

     내 모든 활력은 당신을 섬기는 것에;

     이제 습관을 따르지 않고,

     다른 일도 없이,

     오직 사랑만이 나의 일이라오.

 

29. 만일 풀밭에서

     이제 보이지도 만나지도 못하거든,

     내가 없어졌다고 말하리라;

     사랑에 빠지면서,

     잃어버리게 했지만, 얻었다오.

 

30. 꽃들과 벽옥으로,

     상쾌한 아침에 선별된,

     우리 면류관을 만듭시다

     당신 사랑에 꽃을 피웠고

     내 머리카락에 얽어맸고.

 

31. 저 머리카락만

     내 목에서 날린다 생각했고,

     내 목에서 그것을 바라보았고,

     그분께 반해버렸네,

     내 눈 하나에 상처를 입었고.

 

32. 당신이 나를 바라보았을 때,

     당신 눈길로 은총의 도장을 찍으셨고;

     그래서 나를 열렬히 사랑했고,

     당신의 눈길은 허락했지

     내 눈은 당신에게서 본 것을 흠숭하도록.

 

33. 나를 천대하지 마시고,

     내게서 가뭇함 찾아내셨고,

     나를 기꺼이 바라볼 수 있다오

     나를 바라보신 뒤에는,

     은총과 아름다움을 내게 남기셨다오.

 

34. 하얀 비둘기

     가지를 물고 방주로 돌아온;

     이제 작은 멧비둘기

     바라던 동료를

     푸른 강가에서 찾았다오.

 

35. 광야에 살았다,

     광야에 자기 둥지를 틀었고;

     광야로 그녀를 데려가셨고

     자기 애인 혼자서,

     광야에서 사랑의 상처를 입고.

 

36. 즐깁시다, 신랑이여,

     당신의 아름다움을 봅시다

     산으로 또는 언덕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숲으로 더 들어갑시다.

 

37. 높은 곳으로

     우리는 바위굴로 가겠소,

     잘 은폐된 곳으로,

     거기로 우리 들어가겠소,

     석류 즙을 맛보리다.

 

38. 거기에서 나를 가르치시리라

     내 영혼이 원하던 것,

     나를 드리리라

     거기서 당신은 내 삶이고,

     다른 날 내게 그것을 주셨지.

 

39.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

     밤 꾀꼬리의 달콤한 노래,

     야산의 숲과 그 우아함,

     고즈넉한 밤에,

     살라버리고 고통이 없는 불꽃과 함께.

 

40. 아무도 바라보지 않고,

     암미나답도 어쩔 수 없고,

     달무리도 잠을 잤고,

     기사도

     물을 보자 따라갔네.

 

 

  /영가/ 십자가의 요한 지음/ 방효익 옮김/ 기쁜 소식 9~ 20쪽

 

출처 : 카페 '홍수희 시인의 하이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