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장 / 박찬
그 가시내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학길 울긋불긋 코스모스길 따라 코스모스처럼 웃으며 재잘대며 집으로 가던 가시내. 빠알간 코스모스 꽃 모가지 따 손가락 사이에 끼우곤 엉큼살큼 다가가 새하얀 교복 등짝에 차알싹! 꽃도장 찍으면, 깜짝 놀라 화난 얼굴로 뒤돌아 보며 초롱한 눈 이쁘게 흘기던 가시내. 히이ㅡ 웃으며 등짝에 찍힌 꽃도장을 보며 달아나며…… 너는 이제 내 각시다, 속으로 좋아라, 어쩔 줄 몰라. 흰 교복에 번질세라 등에 찍힌 꽃도장 털지도 못하고 꽃 같은 입으로 궁시렁궁시렁 욕바가지 쏟아내다가 피식 웃어버리던 가시내. 꽃 모양도 선명한 코스모스 꽃도장 노란 꽃술 등에 박고도 코스모스같이 웃던 가시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한번도 생각나지 않던 그 가시내, 오늘 문득 코스모스 길을 가다 생각이 나네.
- 박찬,『외로운 식량』(문학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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