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 /최서림
중택이는 버들치의 청도 사투리다 중학교 때부터 중택이란 별호(別號)를 얻은 까까머리 친구가 있다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같이 맑은 눈을 가졌기 때문인지 중 같은 머리 때문인지 지금도 청도서 가장 깊은 계곡 버드나무 숲속에다 집을 짓고 산다 버드나무 숲 때문인지 눈물 많은 중택이 때문인지 이곳 바람은 눈물처럼 맑고 푸르다 으레 술자리가 막 벌어질 즈음이면 주식 얘기, 군대 얘기 다음으로 먹는 얘기가 따라 나와서 개, 개구리, 뱀 잡아먹던 얘기로 마무리되지만, 물이 맑고 길이 곧은 청도서 나온 우리들에겐 뻐구리, 송사리, 버들치 얘기로 끝이 난다 한밤에 차를 몰아, 버들치 같이 해맑은 얼굴로 산림청 서기를 하다가 이제는 진짜로 버들치가 되어버린, 바위틈에 숨 쉬고 산다는 중택이를 찾아가는 친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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