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 올립니다 /안영준
돌아올 수 없는 곳
되 밟지 못하는 길
아득한 곳에 계심이 한스럽습니다
지게 내려놓으시고
한숨 돌리는 동안에도
걱정을 붙잡고 계시는 건 아닌지요
자식들에게 짊 주었다고
미안해하시더니
지금도 막걸리잔 앞에 두고
눈물 찔끔하시는 건 아닌지요
자식을 우선시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당신이었기에
지금 이 자식은
당신을 우러러 눈물로 대신합니다
아침기도를 바치며 아버지를 뵙습니다.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여쭙습니다.
하늘나라는 잠도 자지 않는 세상이라는데
입에 밴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저의 군대 입대영장을 받으시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으시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저 몰래 병무청에 가셔서 큰아들 군입대를
면제해 달라고 하셨다죠.
독자(獨子)가 아니어서 면제가 안 되고
입대영장이 나왔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듯하셨나 봅니다.
아버지가 술 드시는 것 때문에
구멍가게 빚을 대신 갚아주는 큰누이 보기 민망해서
눈을 흘기고 아버지께 못 할 말도 했던
불효자를 그리도 사랑하셨습니까...
할아버지가 마흔일곱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예순일곱에 돌아가셨죠.
저는 언제쯤 하늘나라에서 아버지, 할아버지를 뵐는지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2023.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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