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아버지와의 첫나들이

뚜르(Tours) 2023. 8. 28. 09:07

 

사라진 역   /우대식

 

카스텔라 봉지를 뜯던 여자가 있었다

주홍빛 망에 담긴 계란이 빛나던 시절

허기진 시간 속에서

자그마한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먹고 있었다

역에서 사람들은 나누어 먹는 연습을 했던 것

부자들은 역을 줄였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을 폐쇄했다

나누어 먹는 연습을 할 곳이 사라졌다

 

 

저는 국민학교 3학년 때 

처음 기차를 타봤습니다.

아버지와 서울 나들이를 했었지요.

 

제 고향은 서울이었지만

북한괴뢰집단의 남침으로 피난하여

충청도 부석면(浮石面)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도비산(島飛山, 352m),

부석사(浮石寺, 7세기 건립 추정),

어리굴젓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어린 시절 서울말을 쓰면 '서울내기' '다마내기' 놀림을 받았죠.

다행스럽게도 국민학교 마치기 전에

서울말을 쓰던 학생이 전학 와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홍성(洪城)까지 가서

처음 탔던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처음 탔단 티를 안 내려고 두리번 거리지 않고

꼿꼿하게 앉았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버지와의 첫나들이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가을비가 촉촉한 아침입니다.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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