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접시물에 빠져 죽는다

뚜르(Tours) 2023. 8. 29. 09:39

 

장맛비   /박정미

 

밤 사이 왔다가도

나는 알아

 

그 새벽 쉴 새 없이

창을 두드리고

 

잠든 나를 네 소리로

정신없이 깨우고

 

푸른 대지 위에서

물 잔치를 벌였지

 

 

지난주에 이어 비가 내립니다.

문득 가을 장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창밖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보니 

외출할 때 큰 우산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학생 때 

비가 그친 여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막내 누이와 잔디 씨를 채집하러 다녔습니다.

방학 숙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잔디를 모으고 나서

더러워진 신발과 손을 닦으러 집 앞 옹달샘으로 갔습니다.

옹달샘에 놓여 있는 돌 위에 올라 발을 씻다가

그만 옹달샘이 빠졌습니다.

옹달샘은 얕으막했었는데 비가 내려 물이 불었나 봅니다.

그탓에 허우적 대다가 물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난닝구(런닝셔츠)를 붙잡아 끄집어 올린 분이

저와 두 살 차이 막내누이였습니다.

물에 빠져 두 번 솟구쳤다가 마지막 세 번째 가라앉는

저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 막내누이입니다.

 

"접시물에 빠져 죽는다."란 말이 기억나는 아침입니다.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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