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박정미
밤 사이 왔다가도
나는 알아
그 새벽 쉴 새 없이
창을 두드리고
잠든 나를 네 소리로
정신없이 깨우고
푸른 대지 위에서
물 잔치를 벌였지
지난주에 이어 비가 내립니다.
문득 가을 장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창밖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보니
외출할 때 큰 우산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학생 때
비가 그친 여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막내 누이와 잔디 씨를 채집하러 다녔습니다.
방학 숙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잔디를 모으고 나서
더러워진 신발과 손을 닦으러 집 앞 옹달샘으로 갔습니다.
옹달샘에 놓여 있는 돌 위에 올라 발을 씻다가
그만 옹달샘이 빠졌습니다.
옹달샘은 얕으막했었는데 비가 내려 물이 불었나 봅니다.
그탓에 허우적 대다가 물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난닝구(런닝셔츠)를 붙잡아 끄집어 올린 분이
저와 두 살 차이 막내누이였습니다.
물에 빠져 두 번 솟구쳤다가 마지막 세 번째 가라앉는
저를 구한 생명의 은인이 막내누이입니다.
"접시물에 빠져 죽는다."란 말이 기억나는 아침입니다.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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