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추석 /김귀녀
알토란 같은 손자가 오면
그 옛날 할머니를 생각한다
추석 전 날 손주들을 기다리고
가는 날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던 일
이슬이 채 가시지도 않은
플라타너스 거리에서
먼 데서 오는 나를 기다리던
외할머니
먹먹한 빈자리에
덩그마니 보름달이 밝다
보름달 속에 인자하게 웃으시던
할머니 얼굴을 보며
나도 손자를 안는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추석에 고향을 찾거나 명절을 쇠려고 떠난 적이 없습니다.
12대 종손(宗孫)인 탓에 친척들이 오셔서 차례를 지냈지요.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로 고생하던 엄마와 아내가 그립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를 깨닫고
천주교 신앙의 믿음으로 제삿날에 미사를 통해서 예(禮)를 대신했습니다.
그래도 섭섭해서 설날과 추석의 차례만큼은 제수(祭需)를 마련해서 지내다가
그마저도 어려워 미사로 대신했었지요.
제사와 차례로 고생하다 일찍 하늘나라에 오르신
엄마와 아내가 그리운 추석,
외할머니에 대한 시(詩)를 보면서
외할머니를 기억해 봅니다.
저는 외할머니를 딱 한 번 뵈었습니다.
돈암동 큰외삼촌 댁에서 뵈었는데
큰딸의 아들 외손주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을 구하던 때였는데
넷째 외삼촌 친척들이 공장에 많이 들어왔다면서
저를 걱정해 주시던 외할머니...
키도 자그마하신 외할머니,
엄마가 외할머니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외할머니의 이름을 모르지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위해 기도 중에 천상행복을 빌고 있습니다.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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