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송편

뚜르(Tours) 2023. 9. 29. 09:53

손금 - 유현숙

자재암 들어 백팔 배를 드리는 어머니

백여덟 번째 이마를 바닥에 대고

머리 위로 내던졌다가 뒤집은 손바닥에는 희고 검은 잔금들이 패였다

한 생 내내 얻었던 것 다 잃고

수심 깊은 주름살만 거머쥐고 상경한 노모다

삐걱거리는 무릎관절과 휜 팔꿈치와 바람에 닳은 이마까지

먼지 나는 일대기를 온몸으로 받들어 올린 다음에도

꿇고 엎드린 어머니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저러다가, 저렇게, 깊은 잠드는가 싶다

어머니 손바닥 깊게 파인 도랑 사이로

고요한 것이 흐른다

흥건하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저 무진한 물길

주악비천도의 젖은 치맛자락이 문지방을 넘는다

풍경을 치고 온 바람이 연등 아래를 맴돌고

어머니,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추석.

 

어릴 적 기억 속에 추석은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다는 기쁨 가득했었습니다.

송편이 그랬죠.

꿀 송편,

참깨 송편,

풋콩 송편.

우리는 다디단 꿀 송편과 참깨 송편을 골라 먹고

아버지는 풋콩이 좋다며 드시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송시리 박 선생님 댁으로 남동생과

추석 차례상에 올릴 수박을 가지러 갔었습니다.

수박 한 개를 들고 오다 수박을 떨어트려

수박이 깨졌던 부끄러운 기억이 납니다.

 

음식을 만드신 엄마는 

자식들과 남편이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던 아름다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2023년 추석날 아침입니다.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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