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틈새 /박종영
어둠에서는 숨어 숨 쉴 수 있어도
빛 앞에서는 떨쳐내지 못하고 졸졸 달고 다니는
내 분신의 그림자,
지치지 않고 견고하여 질긴
저토록 가벼운 몸뚱이 한 개를
오랜 축복의 영혼으로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실존의 버거운 질량의 혼백 같은
외로운 육신의 한쪽,
단단한 근육질에 옹골차게 박혀 있을
온갖 욕망의 현명한 길잡이같이
어떤 틈새도 보여주지 않는 회색의 분신,
그리움의 무게로 서 있는 그림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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