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내 더위 사가라 /전영금

뚜르(Tours) 2024. 2. 24. 14:48

 

 

내 더위 사가라  /전영금

 

 

정월 열나흗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나물로

겨울 기운을 떨어내고

보름날 아침이 오면

일어나지도 않은 친구 이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친구는 깜짝 놀라

속상해하며 또 다른 친구한데 가서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더위를 판다

그걸 보고 내가 너무 야비했나

나도 속상해했다

 

더위를 사간 친구는

더위를 또 다른 친구에게 팔기 위해

골목길을 누벼야 했던 친구들

이렇게 보름날 더위를 팔고 사다 보면

어느새 꽃피는 봄이 오곤했다

 

내 더위 사가라

올해는 누구에게 팔까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보름날엔 달을 보고 네 이름 부르며

친구야 미안했다

올해는 네 더위 내가 사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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