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당신의 실연 / 전윤호

뚜르(Tours) 2024. 9. 21. 16:29

 

 

당신의 실연  / 전윤호

 

사랑하지 않아도 새벽이 오고

살필 사람이 없어도 아침은 간다

뜨겁기만 한 한낮

그늘에 숨어 눈물 흘리다

붉게 저무는 서슬에 깜짝 놀란다

반가운 어둠이 개처럼 달려드는 밤

달을 보기 싫어 커튼을 치고

아무 맛도 없는 술을 마시지만

먼저 취하는 건 후회뿐

똑똑 떨어져 부서지는 물방울처럼

그리움이 늘어나더니

후두둑 지붕을 두들기는 비가 내린다

밤새 온 동네가 떠내려간다

- 전윤호,​『천사들의 나라』(함께하는출판그룹 파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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