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당신 /이화영
나는
당신의 이름을 알지만
당신은 모릅니다
당신을 만나서 기쁘지만 언제 당신을 잊을지 모릅니다
당신의 얼굴은
내가 아는 그녀와 많이 닮아서 자꾸 웃게 합니다
왜 이렇게 늦게 만났느냐고
어디 사냐고
묻지만
그 순간에도 난 당신을 잊어 갑니다
어느 날은 전혀 모르는
당신이 따뜻했습니다
당신은 내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든 잊고 잊습니다
잊는 일은 우리를 만나고 웃게 합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합니다
나는 꽃잔디 같은 미소를 짓고
당신은 자꾸 내 손을 만지작거립니다
당신이 떠날 때
당신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지만
나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배웅합니다
모르고 잊고 살다
어느 하루는
당신이 생각나 가만 잠이 듭니다
- 시집 '하루 종일 밥을 지었다 (천년의 시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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