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 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 '공정한시인의사회', 2024년 9월호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기도 / 양광모 (0) | 2024.11.01 |
---|---|
시월이 떠나는 날 /高松 황영칠 (0) | 2024.10.31 |
모르는 당신 /이화영 (0) | 2024.10.27 |
가을이 돌아오다 /박동수 (0) | 2024.10.24 |
코스모스 / 오탁번 (0)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