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입자일까, 파동일까?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몇백 년 동안 논쟁을 벌였지요. 1885년 오늘(10월 7일), ‘상보성의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로 이 해묵은 논쟁을 해결한 닐스 보어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태어났습니다.
‘상보성의 원리’는 빛의 성질처럼 우리 현상계에서 모순으로 설명되는 것이 미립자 세계에선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미시적 세계에선 관찰 주체의 영향 때문에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에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면, 보어는 “서로 다른 실험을 통해 측정된 물리량들이 서로 모순되게 보여도 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보완적”이라며 새 세계관을 제시한 것이지요.
보어는 어릴 적부터 집에서 누나, 동생과 식탁에서 철학, 과학, 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보어 형제는 어렸을 때 동네 축구클럽에서 선수로 활약했는데 수학자인 동생은 커서도 클럽에서 뛰었습니다. 보어는 물리학을 전공해 영국 케임브리지 대로 ‘유학’ 갔지만, 영어가 서툴러 언어 소통 문제 탓에 옥스퍼드 대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수학 실력도 다른 수재들에 비해 신통치 않았지만, 궁금한 것은 밤새워 해결했다고 합니다.
보어는 덴마크로 돌아와 코펜하겐 대 이론물리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곳은 현대 물리학의 메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어는 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을 초청해 함께 등산하거나 카누를 타면서 온갖 주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이들 과학자들은 호기심이 생기면 즉시 풀려고 했습니다. 함께 서부영화를 보다가 “왜 악당이 불의의 기습을 하는데, 주인공이 먼저 총을 쏴 이길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누군가 “의식적 기습보다 무의식적 반응이 더 빠르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주인공은 보어, 악역은 나중에 ‘빅뱅이론’을 제창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조지 가모브가 맡아 ‘물총 즉석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입증(?)했다는 얘기가 있지요.
연구원들은 자유롭게 자기 일에 몰두하고 서로 토론했습니다. 가모브는 “연구원들은 매일 무엇이나 원하는 것을 하면 됐다.”면서 “원할 때 연구소에 왔다가 원할 때 집에 갔다.”고 전했습니다.
보어는 과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열려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동양사상에 빠졌으며 특히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이 ‘상보성의 원리’를 뒷받침한다고 믿었습니다. 노벨상을 타러 갈 때 옷에 팔괘를 그려 넣었고, 나중에 작위를 받고는 태극을 집안의 문양에 넣기도 했습니다.
보어의 삶을 보면 ▲자유로운 토론 ▲스포츠 정신 ▲호기심과 흥미 ▲관심에 대한 열정 ▲열린 마음이 천재를 낳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재가 나오기 힘들고, 경쟁에서 이기는 ‘똑똑이’만 낳는 우리 교육이 걱정입니다. 우리의 미래도···.
오늘은 닐스 보어의 명언 여섯 개를 모았습니다. 우리 자신과 주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낳는 명언 같습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사실’로 볼 수 없는 것들로 이뤄져 있다(Everything we call real is made of things that cannot be regarded as real).”
“올바른 진술의 반대는 거짓 진술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또 다른 심오한 진리일 수도 있다(The opposite of a correct statement is a false statement. But the opposite of a profound truth may well be another profound truth).”
“역설을 만났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제 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으니(How wonderful that we have met with a paradox. Now we have some hope of making progress).”
“아니, 아니, 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따지는 거야(No, no, you're not thinking; you're just being logical).”
“모든 크고 깊은 어려움은 그 자체로 해결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을 바꾸도록 한다(Every great and deep difficulty bears in itself it’s own solution. It forces us to change our thinking in order to find it).”
“전문가는 매우 좁은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경험한 사람이다(An expert is a person who has made all the mistakes that can be made in a very narrow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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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보기 : 닐스 보어의 명언과 천재의 조건 -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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