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TTO da Brescia Italian painter, Brescian school (b. cca. 1498, Brescia, d. 1554, Brescia) 1522년도 작품
박종인 라이문도신부님 [ 가르멜의 영성16]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이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하느님을 바라 뵈올 수 있습니다. 출렁거리는
물결 속에서나 진흙탕 같은 흐린 물결 속에
자기의 얼굴이 잘 비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이 고요하고 맑고 깨끗하지 않으면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뵙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엘리야 예언자가 호렙산에서 야훼를 만났을 때, 야훼께서는
세찬 바람 속에도 계시지 않았고,
지진 속에도 계시지 않았으며, 불길 속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엘리야는 조용하고 여린 바람 속에서 야훼를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열왕기 상, 19, 9-14)
침묵과 고행과 극기는 기도를 하기 위한 준비이고,
이러한 뒷받침이 없이는 기도를 할 수 없습니다.
안일과 기도는 서로 용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완덕의 길 4, 2)
또한 참다운 사랑과 이탈과 겸손이 없이는 묵상기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크게 덕을 닦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영광의 임금님이 우리 영혼 안에,
달리 말해서 영혼과 결합되어 주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완덕의 길 16, 6)
우리의 오관(五官)을 삼가는 것을 외적 침묵이라 하고,
겸손하고 양선한 덕을 닦으며 작아지는 것을
내적 침묵이라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꼭 유익하거나 필요한 것 외에는,
연속 방송극이나 저속한 내용의 방영물 등을 보지 않을 때,
여러 가지 분심에서
헤어나게 되고 기도를 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하루는 수녀원의 도서관 서재 앞에서
"내가 만일 이 책들을 다 읽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고 언니인 셀리나에게 말했습니다.
그 책들을 읽는 동안에
하느님 사랑을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권고와 추억에서)
우리의 마음속을 잡다한 것들로 채우기 보다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인 성녀들을 만나기 위한 장소로 말끔하게
치워 놓고 준비해 놓는 일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이고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으므로"
(마태 6, 24)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하느님에게 속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이나 세상에 속한 것들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마음속에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락을 쫓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세상도 가고 세상의 정욕도 다 지나가지만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
(요한 1서 2, 15-17)
특히 가르멜 회원들은 세상과 세상에 속한 것들,
탐욕과 정욕을 근원적으로 대항하여,
하느님 품안에 숨고, 하느님 안에서 숨은 생활을 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숨어 계신데,
숨어 계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하느님이 계신
나의 영혼의 깊숙한 속으로 들어와서 숨어야 합니다.
숨어서 하느님과 일치하고,
그 일치의 평화와 기쁨을 이웃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 기쁨과 평화는 마음을 넓고
너그럽게 만들며, 참다운 이웃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것이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고,
기꺼이 하느님의 은덕에 보답하는 일이며,
조심스레 하느님의 면전에서 거닐으므로써"(미가 6, 8)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입니다.
"마음이 깨끗한 이는 행복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올 것입니다." (마태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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