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마치고 나서
어제 연중 제3주일에 우린 산행을 했습니다.
9시 집결장소인 청수장에
늦지 않으려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여
정말 1분도 늦지 않는
정각 9시에 도착했습니다.
'제병 50개를 준비했어요.'라는 말에
'부족하지 않을까요?'라고 했었는데
9시에 도착한 정다운 얼굴들은
겨우 여나믄 명,
출발할 때에 19명이 모였습니다.
산길을 올라가며
'겨울이 없어졌나봐요.'
'따뜻해서 겨울 옷이 팔리지 않는대요.'
이런저런 날씨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들.
치유기도회의 왠 보디가드 한 형제가
007가방을 점잖게 들고 산을 오른다.
오가는 사람마다 이 형제를 쳐다보며
뜻을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짓는다.
'웬 미x 사람이 북한산에 007 가방을 들고 가나?'
'저 사람 좀 돈x 아녀?'
"생기긴 잘 생겼는디 안됐다...'
이 형제도 대충 그 뜻을 알아채고
변명을 늘어 놓는다.
'북한산 수질 검사차 가는디요.'
'스님이 병들어서 왕진 가는 중이지요.'
천동욱 디모테오 형제,
자칭 천부장이라는 카수가
신부님의 야외 미사도구가 들은
007백을 들고 산을 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북한산 중간 언덕 양지 바른 곳에서
새참을 먹었습니다.
정말 그짓말 아닌 진수성찬을
네것 내것 없이 나누는 나눔의 새참.
등반대장 바오로 형제가
맛있는 쿠키도 가져오고
가타리나 부장님 둘째 아드님이
구운 호두 케익이 일품이었고,
향긋하고 달큼한 복분자 술은
나 혼자만이 먹고픈 욕심이 생기게 하였지요.
산사(山寺) 위 언덕에서 드리는 연중 제3주일 미사
거룩한 미사,
내가 자랑스럽게 여겨지게 하는
미사의 아름다움.
미사드리는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산사에서
조용한 불자의 음악소리가 들리는 장소에서
'수정으로 만든 성'
'불후의 다이아몬드'
'사랑의 불꽃'인 영혼이 정화되는
아름다운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내려오는 길,
미끈 벌러덩
박xx가 넘어졌대!
낄낄거리며 내려오다가
조그만 사건하나가 발생했습니다.
함께 내려가며 만난 혜화동 어느 자매교우가
드디어 할 말을 해댔습니다.
'내 20년 등산했지만,
007 가방들고 등산하는 거 첨 봤다.'
아이젠 신고 하산하다가
눈이 거의 없어 아이젠 벗고 내려오던
조xx가 이 소리를 듣고
졸도하듯 웃다가 미끈 벌러덩 했답니다.
여기저기서 '고소한 참깨 맛 보는 거 같애.'란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요.
항아리 수제비 맛 아시나요?
감자떡 부침, 해물파전 맛두 아실랑가?
18명이 어우러져 먹는 산행 후의 메인 이벤트
두부전골 육수에 쭉쭉 찢어넣어 끓인 수제비
서울 쌀막걸리,
등반대장님이 내논 맛있는 와인
달 신부님(=Moon Father)께서 기분이 좋은 모습
어린애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분도 회장님
공동체의 아름다움,
어우러짐의 일치와 사랑,
호렙 산악회 2007년 첫 산행이
이렇듯 아름다웠습니다.
2월이 기다려집니다.
from Your Mar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