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 형제여, 내가 가르쳐 주겠소 -

뚜르(Tours) 2007. 12. 15. 21:32

 

 

-  형제여, 내가 가르쳐 주겠소 -

수피족에게는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스러운 주문이 한 가지 있다.
'만트라'라고도 하는 그 주문은 아주 신성한 일종의 기도 같은 것으로서,
온 정성을 다하여 쉴새없이 반복하면 한점 티끌도 없는 명상의 절정에 이르게
된다는 주문이다.

이 주문은 "야후,야후"라고 외우는 것인데, 명상의 정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이 주문을 외우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적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런 상태에서는 물위를 걸어가는 것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마을에 젊은 수도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 청년은 오로지 그러한
명상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을 자기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는 명상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집과 재산을 모두 버리고 혼자서 커다란
호수 한복판에 있는 조그만 섬으로 건너갔다. 그는 이곳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며 온갖 정성을 다 바쳐 그 신성한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웠다.

하지만 그 청년은 글자를 깨치지 못한 무식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야후,야후"라고 외워야 할 주문을 "우야후, 우야후"라고 잘못 외우고 있었다.

그 무렵, 그 호숫가에는 아주 학식이 높고 마음씨도 좋고 나이가 많은 수도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섬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에
무척 신경이 쓰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주문을 잘못 외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연로한 수도자는 혼자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저 형제가 주문을 잘못 외우고 있는 것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구나.
누군가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으면, 저 형제는 저렇게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기도를 해도 절대로 명상의 정점에 도달할 수 없을 거야. 그렇다면 그에게는
기적 같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텐데…."

그 자신도 그런 명상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기도를 잘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 수도자는 조그만 배에 몸을 싣고
섬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섬에 도착한 연로한 수도자는 한 젊은이가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분명히 아직 글자도 깨치지 못한 무식쟁이인 것 같았다.

연로한 수도자는 자비로운 목소리로 청년을 타일렀다.

"여보게, 형제여!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 왔네. 나는 자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의 기도는 틀렸어,
그렇게 기도해서는 절대로 명상의 정점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적을 행할 수 있는 힘도 얻지 못할 걸세. 내가 좀 가르쳐 주지.
자네는 '우야후,우야후'하고 기도하는데 그건 틀린 걸세. 그냥 '야후, 야후'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기도일세."

노수도자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에게 중요한 기도를 제대로 가르쳐 준 것이 무척이나
흐믓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노수도자의 배가 호숫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청년의 기도 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뜻밖에는 청년은 아직까지도 잘못된 기도를
그대로 외우고 있었다.

"우야후, 우야후…."

노수도자는 당장 배를 멈추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원, 세상에 어쩌면 젊은이가 저렇게 멍청하게 고집스러울까?
다시 기도문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노수도자가 한창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놀라운 광경이 그의 눈에 띄었다.
아까 그 젊은 수도자가 자신을 향해 물위를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청년은 이내 노수자의 배 옆에까지 와서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형제님! 자꾸 귀찮게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기도가 뭐라고 하셨지요?
저는 당신이 가르쳐 주신 정확한 발음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야후'라고 하셨나요. 아니면 '후야후'라고 하셨나요?"

피터 라이브스

중요한 것은 기도의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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