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샘물

누구를 따를 것인가?

뚜르(Tours) 2007. 12. 15. 21:57

- 누구를 따를 것인가? -
험한 산이 있었다. 
어떤 나그네가 그 가파른 산꼭대기를 걸어서 넘어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는 길도 잘 모르는 형편이라 무척 겁이 났다.
그 나그네는 가까스로 그 지역이 상세하게 그려진 지도 한장을 구했다. 
그 지도에는 모든 도로와 오솔길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나그네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혼자 중얼거렸다.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만일 이 부근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모든 길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놓고 함께 길을 
떠날 수 있을 텐데."
천만 다행스럽게도 그 나그네는 자신과 같은 목적지로 향해 여행하고 있는 
그 지방 원주민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기가 가려고 하는 방향의 
모든 길을 훤하게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길을떠나 나란히 걸어갔다. 나그네는 손에 지도를 들고 길동무가 
접어드는 모든 길을 하나하나 맞춰 보았다. 그 결과, 나그네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길동무는 지도에 나온 것과 똑같이 길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그네는 그 원주민 길동무가 지도에 나온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물었다.
"여보시오. 왜 당신은 지도를 따르지 않는 겁니까? 지금 당신이 접어든 오솔길은 
내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당신을 따라가기가 두렵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기를 원하는 겁니까?"
그러나 원주민인 길동무가 대답했다.
"당신은 그 지도에 나와 있는 오솔길이 지난 번 지진 때 파묻혀 버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 길은 이제 더 이상 사람이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당신의 지도 대신 나를 믿으십시오! 
내가 다른 길을 안내해 드릴 테니, 마음놓고 나를 따라오십시오!"
나그네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길로 들어서겠다고 하는 당신을 어떻게 마음놓고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지도보다 더 확실한 안내자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원주민은 그 나그네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친구여, 나는 이 산을 수없이 다녀 보았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나를 따라오십시오.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나를 믿으세요!"
나그네는 그래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아무리 자신 있게 말한다 해도, 당신이 지도에 나와 있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나는 차라리 지도에 의지해서 혼자 길을 가겠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헤어졌다. 나그네는 지도를, 원주민은 경험에 
의지한 채 각각 다른 길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원주민은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뒤로 아무도 그 나그네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피터 라이브스
경험으로 얻은 것만이 참다운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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