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의 잘못인가 -
첫번째 이야기, 조니와 로즈
언덕위에 아주 작고 아담한 오두막이 한 재 있었다. 어느날 밤, 갑자기 그 집에 불이 났다.
젊은 부부인 조니와 로즈가 그 집에 살고 있었는데, 불이 나자 그들은 서둘러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불길을 피해 나오자마자 그들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조니가 고함을 질렀다.
"부엌의 불을 제대로 끄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가지 말라고 몇 백번이나 말했잖아!
하지만 당신은 황소처럼 고집을 부리며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
자, 이제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똑똑히 보라구! 이제 속이 시원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로즈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에요!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수천 번은 더 얘기했을 거예요.
하지만 멍텅구리 같은 당신은 끝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어요.
저 불길이 처음 시작된 곳은 부엌이 아니라, 침실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래요?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모든 것이 당신 잘못이라고요!"
조니가 소리쳤다.
"입 다물지 못해!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는데,
내 말 똑똑히 들어, 이건 당신 잘못이야. 그래, 당신 잘못이라고!"
그 동안 처음에는 조그맣게 시작된 불길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오두막집은 계속해서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 젊은 부부가 말다툼을
끝내기도 전에, 누구의 책임인지 가려 내기도 전에, 그들의 아담하고
조그만 보금자리는 한 줌의 재로 바뀌어 버렸다.
두 번째 이야기, 바톨과 테디
아주 오래 전에, 바톨과 테디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들 두 사람은 서로 친구 사이였다.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하던 그들은 있는 돈을 모두 합쳐서 조그만 고깃배를 한 척 샀다.
그들은 날마다 그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로 가곤 했다.
어느 날, 바다는 거울처럼 잔잔한데 갑자기 배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테디가 바톨을 향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것 봐, 물이 새고 있잖아? 자네 눈에도 보이나? 내가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배를
잘 살펴보라고 자네에게 경고했었잖아.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라고.
이건 모두 자네 잘못이야! 자네는 한 번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바톨도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천만에!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자네는 이 배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나한테 잔소리만 했지, 배를 고치기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 자네가 어떻게 이제 와서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자네 잘못이야!"
테디가 벼락처럼 고함을 질렀다.
"입 닥치지 못하겠나! 자네가 뭔데 나한테 큰 소리를 치는 건가?
한 마디만 더 했다가는 머리가 부숴질 줄 알아!"
테디는 그렇게 말하며 조그만 노를 허공에 휘둘러 댔다.
끝내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주먹이 날아가고 온갖 욕설과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그 조그만 배는 이리저리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배 안으로 스며든 물은 점점 더 불어났다. 이윽고 조그만 배는 그만
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불행히도 바톨과 테디는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려내지 못한 채 물 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피터 라이브스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