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나누는 하늘, 빵 그리고 사랑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라고
예수님은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을 하신다. 빵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밥이다.
밥이 하늘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서로 하늘을 공유하듯 밥도 서로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는 말씀은
"나는 당신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나 자신은 온전히 내어줍니다"라는
의미다.
예수님은 우리와 온전히 한 몸을 이루기 위해 당신 자신은 기꺼이 빵이
되고 밥이 되어 주셨다.
그분을 우리 안에 모실 때 우리는 주님과 한 몸을 이룬다.
그럼 그분을 어떻게 우리 안에 모셔야 할까?
그분을 온전히 우리 안에 모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분의
본질을 이해하는 만남이면 가능하리라.
그렇다면 그분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으로 우리는 그분과 한 몸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셨다.
"나는 생명의 빵이니 나를 먹어라"는 말씀은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생명을 내어 준다는,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대신 죽으시겠다는
말씀이다. 우리의 영원한 생명, 곧 구원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
놓으시겠다는 사랑의 의미다.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의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면서 유다인들은 따졌다.
그들은 그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만일 유다인들이 예수님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분의 사랑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면 그 말 뜻을 이해했겠지만 그들의 아집이 너무나
높아서 두 눈을 덮고 귀를 막아버렸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두 눈과 우리의 두 귀는 그분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는가?
예수님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살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바로 '나와 온전히 함께 나누는 사람',
곧 '당신이 주신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그분과 큰 일치를 이루게 된다.
"내 안에 살고 나도 그 안에 산다"고 하신 것처럼.
사랑은 자신을 나누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들, 꽃·반지·옷·축하 카드 등은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내적인 힘에 있는 것이지 물질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나누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나누고, 당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서 보내신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이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주 당신이 누구냐는 물음을 던지셨고, 스스로 당신이 누구라고
말씀하셨다.
당신은 '생명의 빵', '하늘에서 온 살아 있는 빵'이라고 말씀하셨다.
당신이구세주라는 말씀을 '살아있는 빵'이라고 표현하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사람들은 구세주라고 하면 '영광의 왕, 모든 압제자를
정복하여 이스라엘을 영광스럽게 만들어 줄 정복자나 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구세주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실 분,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실 분, 그렇게 하여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실 분이었으니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것이다.
사랑의 또 다른 본질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있는 그대로 느끼고 존중해 주는 마음이다. 예수님은 그렇게 사신 분이다.
천대받던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셨고 그들의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 헤아리신 분이다.
그 당시 병에 걸린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지은 죄의 결과로 여겼기 때문에
병자를 죄인 취급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스스럼없이 병자들의 손을 잡아주셨다.
가장 큰 죄인으로 소외당하던 세리 자캐오에게도
"어서 내려오너라. 내가 오늘 너의 집에 머물러야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셨고, 향유를 바르던 여인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셨다.
'빵을 먹는 사람'들이란 사랑을 나누는 사람을 뜻한다.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들어야 '성체성사'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성체성사'는 바로 사랑의 성사다.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신 말씀은 단순히 의례적으로 예수님을 기념하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을 모심으로써 당신과 하나가 되어 당신이 행하신 사랑의 행위,
사랑의 삶을 살라는 말씀이다.
올바른 삶을 살고자 원한다면 그분의 삶처럼 자신을 빵으로, 밥으로,
하늘로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네」에서
류해욱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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