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중·고등학교의 인기를 록밴드가 차지했다면 2006년도 학교는 비보이(B-boy)가 장악했다.
책상 한 번 치우고 몸 한 번 굴려 주면 게임 끝난다.
요즘 세계의 길거리에는 춤에 미친 비보이(B-boy)들로 넘쳐 난다.
비보이(B-boy)란 힙합댄스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 기술인 브레이크댄스(Breakdance)를 추는
남자를 말하고 여자는 비걸(B-girl)이라고 한다.
비보잉(B-boying)은 음악에 맞춰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물구나무를 서서 멈춰 서거나 온몸을
풍차처럼 돌리는 등 다양한 브레이크 댄스를 말하며 요즘 청소년들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비보이의 기본 정신은 자유다.
음악에서 춤사위, 복장까지 고정된 틀이 없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그들의 스타일이다.
춤을 출 때 이들은 가장 자유롭다.
비보이들은 평균 하루 3~4시간을 바닥에서 훑고, 구르고, 휘젓는다.
끊임없는 연습만이 감각을 살려 준다.
또 비보이들은 길거리에서든, 시장 바닥이든 어디에서든 춤을 춘다.
춤없이는 못사는, 춤에 미친 본능에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비보이 그룹 T.I.P 리더 김기헌(22)의 학력은 고교중퇴이다.
"춤이 내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학교 다니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엔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을 받는다.
일정 수입을 올리면서 프로 의식도 갖게 되었다.
"술.담배는 아무도 안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이 바닥 정말 치열하다.
조금만 한눈 팔면 바로 도태된다"
이렇게 집에서 내놓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대박을 터뜨릴 조짐이다.
세계 대회를 연거푸 석권하고 홍대거리에는 전용 공연장까지 생겼다.
헤드스핀에, 토마스에, 에어트랙까지….
중력을 거부하는 화려한 몸짓이 장난이 아니다.
그 현란함과 박진감에 외국 관광객까지 몰려들고 있다.
중국,대만, 일본의 내로라하는 춤꾼들도 한국으로 건너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가량
한 수 배워 간다.
현재 활동 중인 국내 비보이는 3,000여명.
이 중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수준의 수입이 보장되는 프로 비보잉팀은 6,7개다.
그러나 프로가 아닌 비보이들도 더는 ’거리의 배고픈 춤꾼’이 아니다.
우리 청소년이 몸으로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게 기특하다.
하지만 요즘 병원에 청소년 탈골, 타박상, 디스크 환자가 는다고 하니, 노파심에서 한마디 한다.
"헬멧하고 보호장구 갖추고, 좀 살살하면 안 되겠니?"
<출처 : 중앙일보 (2006.5.15) ’차세대 한류스타 비보이’ 中>
차세대 한류간판, 비보이의 경쟁력
그렇다면 비보이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 초일류 국가로 꼽힐 정도로,
한국의 비보이는 왜 이토록 강할까.
세계를 평정한 한국 비보잉의 경쟁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고속 인터넷이 큰 몫을 해냈다는 평가다.
누구나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선배들의 도움이 반드시 없어도 고난도 동작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스트포원’이 지난 해 비보이 댄스 경연대회에서
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던 것도 인터넷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 중앙일보 정 형모, 최 민우 기자 -
둘째, 억압된 청소년 문화의 역동적인 반란이다.
외국에서 비보이는 ’즐기는 문화’지만 우리에겐 사생결단의 생존원칙이다.
억압된 욕망이 반대 급부적으로 더 강렬한 자기 표현을 원하게 되고,
그 것이 ’날 몸’의 비보잉과 결합된 것이다.
- 대중문화평론가 김작가 -
셋째, 젊음을 매료시키는 창조성과 개방성을 지녔다.
비보잉은 몇 가지 동작 응용으로 전혀 다른 새로움을 창조해내며,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과 通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이다
-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자 문주철 -
넷째, 한국인의 전통적인 놀이 정서와 적중했다.
최근 대중문화의 트렌드는 폐쇄적인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 공연에서 맛보는 ’광장성’이다.
비보이 문화는 기성 문화제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대중과 직접 호흡하는
우리 마당놀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 문화평론가 김헌식 -
다섯째,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팀웍도 한 몫 한다.
개인기량은 외국 비보이가 더 나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명이 나가 있을 때 주위에서 추임새를 넣고 함께 움직이는 조화를
이루는 것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
-국내 비보이1 세대, 이우성-
<출처 : 동아일보 (2006. 5.13) ’비보이, 우상이 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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