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상식

올바른 성모신심(중)

뚜르(Tours) 2008. 5. 21. 16:47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올바른 성모신심을 위한 기본 다지기] (중)

 

성모신심

어머니 마리아의 자애와 중재를 믿고 의지

마리아는 신앙 대상 아니라 ‘신앙 모범’의 절정
‘묵주기도’‘스카풀라’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
신앙 선조들도 열렬한 성모신심으로 박해 극복


마리아 신심

마리아 공경은 이미 2세기부터 시작돼 431년 에페소 공의회의 결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권장됐다. 특별히 현대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를 반포하고 역사상 두 번째의 성모 성년(1987년 6월 7일~1988년 8월 15일)을 선포한 바 있다.

이 회칙에서는 마리아의 구세사적 위치를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 안에서 재조명하고 재확인했으며 마리아는 결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임을 명시했다.

성모 신심에 관한 현대 교황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마리아 공경은 성경적, 사목적 및 교회 일치의 관점에서 정립되고, 신심 행위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에 많은 융통성을 가질 수 있지만 성모 신심은 전례적이며 전통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공식적인 교회의 신심은 주로 미사 전례와 성무일도를 통해 표현된다. 교회의 전례적이고 공적인 공경 외에도 마리아에 대한 개인의 공경과 신심 행위를 교회는 승인할 뿐 아니라 권장해 왔다.

개인적 신심은 지역적, 시대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많은 변천을 가져왔다. 오늘날 널리 보급되고 행해지는 신심들로는 묵주 기도, 스카풀라, 기적의 메달, 성모 칠고의 로사리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등이 있으며 성모 신심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조직으로는 ‘레지오 마리애’와 ‘성모회’ 등이 있다.


참된 신심과 거짓 신심

교회 성모 신심의 대가이며 현대 여러 교황들의 성모 신심에 큰 영향을 끼친 성 루이 몽포르는 ‘마리아를 통해 예수께 완전한 봉헌’이라는 저서에서 마리아께 대한 거짓 신심과 참된 신심을 설명한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7가지 거짓 신심으로는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있으나 자기중심적 합리적 신심에 그치고 마는 ‘비판적 신심’, 성모 공경이 마치 성자 그리스도께 대한 공경을 감소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소심한 신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심 없이 형식적이고 외적인 신심 행위에 치중해 겉보기에 현혹된 ‘표면적 신심’,

갖가지 현세적 욕망에 빠져 세속 사람들처럼 죄 중에 살면서도 외적 신심 행위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불손한 신심’, 항구성이 없이 기분에 따라 마리아에게 신심을 드러내는 ‘변덕스런 신심’,

타인에게 착하거나 경건하게 보이기 위해 자신의 죄나 악습을 마리아에 대한 거짓 신심으로 숨겨버리려는 ‘위선적인 신심’, 자신의 유익이나 재판을 피하기 위해 마리아에게 의지하고 기도하는 ‘이기적인 신심’ 등이 있다.

이는 성모의 간구를 청해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 구원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한 신심이 아닌 개인의 감정이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는 잘못된 신심이다.

참된 신심은 마음과 정신의 밑바탕에서부터 우러나는 ‘내부적인 신심’, 어린아이가 자기 어머니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처럼 마리아에게 완전하고 순박하게 의지하는 ‘애정이 넘치는 신심’, 죄를 피하고 더욱 더 큰 성덕에 나아갈 수 있도록 성모의 덕행을 본받는 ‘거룩한 신심’,

자신의 감정에 따라 살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에 대한 신앙과 신뢰를 변덕 없이 추구하는 ‘항구한 신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오직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길 바라는 ‘사심이 없는 신심’ 등이다.

따라서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거짓 없이 자신의 이기나 독단에서 벗어나 신앙의 어머니를 향해야 한다. 어머니에 대한 완전하고 순수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열렬한 신앙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는 이는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를 천상천하의 모후, 만민과 교회의 어머니, 천사나 성인들 보다 월등한 권능과 지혜와 덕행을 지닌 분으로 공경한다.

어머니 마리아는 아들 그리스도를 돌보셨듯이 그리스도의 형제자매가 된 우리를 돌보시되 천상에서 당신 아들의 구원 은총을 우리에게 내리고,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천상어머니인 마리아의 모성적 자애와 중개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성모신심

한국교회의 성모 신심은 이미 교회 창설시기에 형성됐고, 박해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자들의 신심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초기 한국교회의 순교 영성이나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준 성모신심은 다양한 전승과 기록들을 통해 현재까지 전해진다.

1791년 순교한 권상연과 윤지충은 순교하기 전 예수 마리아의 거룩한 이름을 여러 번 불렀다고 하며, 이도기와 방프란치스코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성모마리에게 기도했다. 1801년 순교한 홍낙민은 매일 묵주기도를 바쳤으며, 김광옥은 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묵주기도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기 신자들의 성모신심을 확연히 보여주는 증거는 동정녀의 존재였다. 윤점혜, 정순매, 김경애, 조도애, 박성염, 이득임, 문영인 등 동정녀의 출현은 초기 교회의 특기할만한 사실이다. 이는 정결을 강조한 주문모 신부와 당시 널리 보급된 ‘칠극’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동정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바로 성모신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이후 조선 신자들의 성모신심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며, 1836년 경에는 성모를 특별히 공경하고 성모의 전구를 청하기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는 ‘매괴회’와 교우들이 자신을 성모의 종으로 바치고 특별한 보호를 구하고자 하는 ‘성의회’가 설립되었다.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는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를 조선교회의 주보로 정해줄 것을 요청해 1841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로부터 승인받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조선의 성모 신심은 더욱 활성화 됐다.

광복 이후에는 광복일과 건국일이 성모 승천 대축일과 겹치면서 그것이 곧 한국 교회의 주보인 성모 마리아가 보살핀 결과라는 인식 아래 성모 신심이 특별히 강조되었다. 아울러 기존의 마리아 관련 단체와 더불어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신심 단체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1953년 3월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군대)에 이어 그 해 5월에는 레지오 마리애가 도입됐다. 성모 무염 시태의 교리 선포 100주년이 되는 1954년에는 한국 교회가 다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되었고, 1976년에는 이탈리아로부터 마리아 사제 운동과 성모의 기사회가 도입됐다.

이같은 역사와 전통 속에서 성모신심은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신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 한국교회 성모신심의 현주소

올바른 마리아 신심은 성숙한 신앙 향한 발걸음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앙
공동체와 일치로 드러나야”

열렬한 한국교회의 성모신심은 그 시작부터가 남다르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듯 자력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초기 교회 공동체는 일찍이 성모 성화와 묵주 등을 활용해 기도하며 성모 마리아에게 의탁해왔고 박해 시기에도 두 손에 움켜진 묵주는 죽음 앞에서도 놓지 않을 만큼 불타는 신앙으로 성모신심의 유산을 지켰다.

현대에도 뜨거운 성모신심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처음 세례를 받으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연한 입문 예식을 치르듯 성모신심 단체에 가입하고 그리스도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갈 여러 가지 지식들을 체득한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릇된 신앙으로 빠질 위험도 있다. 일부 신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극단적인 마리아 신심은 신심의 도를 넘어 마리아를 흠숭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기복적 신앙에 빠질 우려도 낳고 있다.

보수적 개신교의 경우, 가톨릭교회를 이단 혹은 그리스도교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근거로 마리아 숭배를 들고 있다. 이점은 삼자의 시각에서 본 가톨릭교회의 성모신심이 오해를 일으킬 만한 여지를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성모 마리아에 관한 네 가지 교의에서 살펴보았듯이 가톨릭교회는 결코 마리아를 여신으로 숭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해를 사는 이유는 참된 성모신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성모님께 기도하는 중에 불꽃을 보았다” “나는 환영을 보았다” “성모님의 말씀을 들었다” 물론 교회는 공적 계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발현을 목격할 수 있으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된 성모신심은 눈에 드러나는 일들에 집착해 그것을 추종하거나 그 현상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구원에로 초대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손길은 분명히 그리스도를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고 그 일치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신자 공동체의 일치와 사랑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