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短想
가을이 깊었습니다. 나뭇잎이 눈꽃처럼 흩날리며 보도 위에 떨어집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곧 겨울이 올 것이란 예고일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계절은 여전히 우리를 분주하게 하고, 그리고 아쉬움을 간직한 채 뒤돌아 보게 합니다.
사람은 망각(忘却)이란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립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잊어버리면 속이 편하겠지.' '잊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뿐이야.'라는 관념을 우리는 가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잊어버렸던 아픔들이 새록새록 되새겨지는 것이 이런 계절입니다. 우울하고 스산한 계절에 이 기억들은 우리들을 더 외롭게 하고 다시 그 아픔으로 몰아 갑니다. 올 가을에는 몸도 마음도 몹시 지쳤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 오기도 합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이렇게 흔들릴 때면 으례히 아름다운 동행자가 나타납니다. 등을 두드려 주고, 귓가에 속삭입니다. '힘을 내세요. 우리가 함께 할께요.'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영적 동반자가 나에게 힘을 주고 지혜를 줍니다. 얼마나 고맙고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들입니다. 반짝이며 썩지 않는 '다이아 몬드' 같은 존재들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11월에 자신의 삶을 돌아 보면, 위기의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 행동을 해야 할 때에 곁에 자연스럽게 다가온 그들이 바로 천사들입니다. 지혜와 용기를 주고, 힘과 담대함을 주는 그들로 인해 오늘의 제가 존재합니다. 이분들의 희망은 한결같이 하나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평화와 사랑을 나누어 주세요.'
2008.11.15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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