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고추장 세계화 / 펌

뚜르(Tours) 2009. 7. 3. 19:01

고추장 세계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여객기를 타면 기내식으로 다양한 한식이 나온다. 비빔밥부터 영양쌈밥, 비빔국수, 매운 갈비, 돼지불고기…. 쌈밥용 쌈장은 된장 고유 냄새를 없앤 데다 땅콩·호두·쇠고기를 넣은 영양식품으로 인기를 모은다. 특히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은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승객 10명 중 7명이 찾는다. 고추장이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한국의 매운맛을 대표하는 고추장이 며칠 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로마 총회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품'으로 공인받았다. 그간엔 세계적인 미국 매운 소스 '타바스코'와 어떻게 다른지 납득시키는 게 문제였다고 한다. 결국 고추를 오래 삭혀 갈아낸 타바스코와 달리 고추장은 발효식품이고 전분을 주원료로 쓴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름도 우리말 그대로 '고추장(Gochujang)'으로 정해졌다. 지금까지는 영어로 'Korean hot pepper paste'나 'red pepper sauce'로 불렸다.

 


 

▶ 된장(Deonjang)은 아쉽게도 독자적 고유 식품 이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Miso(일본), Tauco(인도네시아), See ieu(태국), Tao si(필리핀), Chi ang(중국) 등 아시아 각국 된장들이 저마다 따로 공인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결국 CODEX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채, 여러 나라 된장들을 'Fermented soybean paste(콩 발효식품)'라는 통칭으로 부르기로 했다.

▶ 1962년 설립된 CODEX는 국가간에 서로 통용될 수 있는 식품별 규격·기준을 제정 관리하는 기구다. 식품첨가물 사용 대상이나 오염물질 표시 등에 대한 기준을 정해 국제적으로 안전한 식품이 거래되도록 한다. CODEX에서 우리 식품이 우리 고유어로 인정받은 것은 '김치(Kimchi)'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김치'와 일본 '기무치'가 함께 쓰이다 2001년 총회에서 '김치'로 국제 표기가 통일돼 자존심을 되찾았다.

▶ 그간 고추장 수입을 제한하는 나라들은 그 이유로 고추장이 국제식품규격에 등록돼있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제 국제 공인을 받았으니 고추장 수출은 물론, 한식 세계화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젠 공략 지역에 따라 고추장 맛을 다양하게 시도할 필요도 있겠다. 미국에선 바비큐 소스 대신 쓸 수 있게 부드러운 맛으로, 동남아에선 태국 스리랏차 못지않게 칼칼한 매운맛을 내는 식이다.

                                                 

 
  •   - 김동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