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어느 개미의 소망

뚜르(Tours) 2010. 4. 27. 10:18

개미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지가 시원스레 뻗은 거목 아래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던 이 개미에게는
단 한 가지, 포기할 수 없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저 높고 높은 나뭇가지 끝에 올라가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일이었습니다. 가지 끝에서 보는 하늘은 분명 땅에서 보는 것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매일 하늘을 동경하며 살던 개미는 어느날, 가슴 설레이는 기막힌 생각을 하고 이내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개미의 마음은 나무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고, 그 황홀경에 도취되어 올라가다 떨어져도 또 다시 모든 힘을 다 바쳐 나무를 타고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나무 꼭대기에 올라 바라본 하늘은 지금껏 자신이 땅에서 보아왔던 하늘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지금까지 습하고 칙칙하게만 느껴졌던 땅과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던 풀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하얀 길과 길 가장자리에 던져진 작은 돌 하나도 예쁘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온통 땅 위에서 은빛의 무늬로 부서지는 것이었습니다. 개미는 하늘을 보고 실망한 이후에 새로이 깨달은 땅의 아름다움에 그만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눈에 보이는 현실은 대수롭지 않고 하찮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소중한 것은 바로 그 안에 감춰져 있다는 뜻이죠.

우리의 희망!
그것은 혹시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인데도 먼데서만, 외형적으로 큰 데서만 찾아 다녀 미처 알지 못한 채 흘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소중한 것들 속에 매일 파묻혀 살고 있어 그것들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했던 개미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밖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밖에서 나를 비추는 빛을 찾습니다.
나에게 빛이 되어줄 믿음이나 사람을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바로 내가 이웃에게 빛이, 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를 빛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았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남에게 빛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나의 빛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세상의 빛이 되는 것입니다.

 

                       조명언 정병덕 지음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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