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기도

봄날에 쓰는 편지/권태원 프란치스코

뚜르(Tours) 2010. 5. 2. 00:20


- 봄날에 쓰는 편지/권태원 프란치스코 - 당신을 기다리면서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희망적인가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당신을 늘 내 곁에 두고서도 다시 한 번 내 몸처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평화로운 기도인지를 이제야 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이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이제야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슬픈 꿈인가를 오늘도 겨우 느끼게 되었습니다. 참 소중한 당신이여, 고맙습니다, 착하게 살자고 맹세하며 해 저무는 들판길을 혼자 걸어 갑니다. 엊그제 내리던 봄비가 또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리는 빗물 사이로 아이들의 찬송가가 들려옵니다.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루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무릎을 꿇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루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당신만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하루라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비바람이 며칠씩 유리창을 흔들수록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 마음을 당신에게 차마 편지를 부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하루라도 당신을 그리워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어쩌다 어쩌다가 우리가 서로 만나 눈 내리는 겨울밤에 헤어질 때마다 어느 어느 날 문득 당신이 더욱 더 그리워지겠지요. 우리가 서로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대 얼굴의 꽃잎 하나를 볼 때마다 아직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내 마음을 그대는 아시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의 얼굴이 내 가슴 하늘 호수 위로 초생달처럼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있다는 그리움의 소포를 당신에게, 당신에게 너무 너무 부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게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차라리 당신을 만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말없이 떠나지 않겠습니다. 이토록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차라리 당신의 바다에 외로운 물고기가 되어 살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당신의 아름다운 산에 나뭇잎으로 썩고 썩어서 그리움의 나무에 또다시 노래하는 새가 되어 아마도 지금쯤은 기도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기도로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