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 축구대표팀, FIFA 대회 사상 첫 우승

U-17 여자 축구대표팀, FIFA 대회 사상 첫 우승
승부차기 끝 승리… 여민지 '트리플 크라운' 달성

2010년 9월 26일, 한국 축구가 128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U-17(17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의 마지막 키커(kicker·공을 차서 득점하는 선수)로 나선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의 발끝을 떠난 공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 22명의 ‘태극소녀’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축구가 도입된 1882년 이후 한국이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연장전 끝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마지막 키커(kicker) 장슬기가 슛을 성공시키는 순간, 우승을 확정지은 ‘태극 소녀’들이 두 팔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한국 시각>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슬리크로포드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17여자월드컵 한국 대 일본의 결승전이 열렸다. 양팀은 정규전과 연장전까지 120분간 뛰었지만 결과는 3대 3 무승부. 결국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5대 4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경기는 결승전답게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초반부터 중거리슛을 퍼부었다. 김민아(17·포항여전자고, 170㎝)와 히라오 에리(168㎝) 등 양국 골키퍼의 작은 키를 겨냥해 양팀 감독이 ‘기회만 생기면 슈팅하라’는 같은 카드를 꺼내든 것. 때마침 경기 전 내린 비로 미끄러워진 그라운드 덕분에 이 전략은 효과를 거뒀다. 양팀이 기록한 6골 중 5골이 프리킥을 포함, 패널티 지역 바깥에서 한번의 슈팅으로 이뤄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Jabulani)의 강한 반발력도 큰 변수였다.

승부차기는 역시 ‘집중력’ 싸움이었다. 양팀은 각각 1회 실축(공을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차는 일)과 4회 득점 끝에 4대 4로 팽팽히 맞섰지만 일본 무라마츠 도모코의 실수로 기회를 잡은 장슬기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경기에서 ‘여자 축구의 희망’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8골로 득점왕(골든부트)에 올랐으며 기자단이 투표하는 최우수선수상(골든볼)까지 거머쥐며 트리플크라운(3관왕)을 달성했다. 이번 우승은 ‘등록 선수 345명(2010년 9월 현재, 여자고등부 기준)’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뤄낸 승리란 점에서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오전 7시부터 SBS TV로 생중계된 결승전 방송은 휴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16.1%(점유율 35.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막바지 승부차기가 진행된 9시 41분 시청률은 28.7%(점유율 48.5%)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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