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수요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마르코9.38-40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폴리카르포는 요한 사도의 제자로 스미르나, 곧 오늘날 터키 이즈미르 지역의 주교였다. 그는 특히 정통 교리의 열렬한 수호자로 여러 이단들과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 이교적 교리에 심취했던 아우렐리우스 황제에 의해 체포되어 166년경 순교하였다. 폴리카르포 주교는 사도 시대와 이후의 교회를 연결하는 위대한 기록자이자, 2세기 그리스도교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8-40
그때에 38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예수님의 세상을 향한 개방성, 세상 사람들을 향한 관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당시 돌아가는 상황을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을 팔아먹고 있습니다. 스승님의 이름으로 치유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그냥 둘 일이 아닌 듯합니다."
예수님의 응답은 너무도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그 응대가 너무도 관대한 것이어서 제자들이 깜짝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그냥 두어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1960년대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런 예수님의 세상을 향한 자기개방성을 다시 한 번 재천명했습니다. 교회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말끔히 청산하자고 초대했습니다. 교회가 세상 한 가운데로 내려갈 수 있도록, 민중의 고통 속으로 더욱 깊이 침투할 수 있도록 자신을 더욱 낮추고 교회의 문을 활짝 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그 가장 구체적인 표시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갈라진 여러 교회 형제들-정교회, 개신교회 등-은 물론이고 타종교 지도자들까지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새로운 하느님 나라 건설에 협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2000여년의 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은혜로운 대사건이었습니다. 교회의 물줄기를 완전히 새롭게 잡는 제2의 성령운동이었습니다. 진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한 제2의 교회설립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복음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쇄신운동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소중하기 그지없는 역사적인 사건, 가장 은혜로운 선물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그때의 그 소중했던 자기성찰, 자기 쇄신을 위한 다짐들이 별로 읽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소중한 결의문들이 실제 삶 안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나아갈 길, 우리 교회가 살길은 다시 한 번 제2차 바티칸공의회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 자기개방을 위한 열정, 이웃에 대한 관대한 마음에로 돌아가야 합니다.
부임하시는 곳마다 종교 간의 일치를 위한 소중한 장으로 본당을 잘 활용하시는 신부님 한 분을 알고 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임지에 부임하신 신부님께서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본당 구역 내 개신교 교회나 사찰 등 타종교의 지도자를 방문하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목사님을 본당 특강에 초대하십니다. 초파일이라도 되면 아담한 난이라도 꼭 챙겨서 주지스님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신부님의 그런 자기개방성, 타종교와의 일치를 위한 자기낮춤은 즉시 본당구역 내 타종교 지도자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의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들 역시 타종교에 대한 관대한 마음을 지니게 만들고, 모든 종교인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합심하게 하는 너무나도 바람직한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교회의 큰형 격인 가톨릭교회의 신자로서 이웃 개신교도들에게 보다 큰마음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타종교 신자들에게도 거부감을 지니지 말며 먼저 다가서는 우리, 먼저 손길을 내미는 관대한 마음의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