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재의 수요일 - 마태오 6,1-6.16-18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순 시기
사순 시기는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며 주님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이다. 사순 시기가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가장 큰 축일인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기 전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기간을 두고자 서서히 교회 전례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예수 부활 대축일 전 40일을 사순 시기로 보는 이유는, 성경에 나오는 40일의 영성적 의미를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순 시기는 부활하실 예수님과 만남을 준비하는 우리 자신의 정화의 기간이다.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하는”(로마 8,17) 시기인 것이다.
사순 시기에는 내적인 준비와 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교회가 정한 금식과 금육이 외적 준비에 해당한다면, 내적 준비는 더 능동적으로 우리 자신이 회개와 속죄로 우리의 신앙생활을 쇄신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준비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준비를 하게 된다.
사순 시기 전례는 신자들에게 이런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미사 때나 말씀 전례에서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은 하지 않으며, 사제가 입는 제의 색깔도 회개와 보속을 상징하는 자색(보라색)이다.
신자들은 사순 시기 동안 평일 미사 등 전례에 자주 참례하고, 회개의 삶을 다짐하며,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순 시기를 잘 보내고 부활을 맞을 때,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재의 수요일은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로,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이날부터 교회는 대축일을 제외한 모든 미사 중에 ‘대영광송’과 복음 환호송 인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는다. 또한 사제는 통회와 보속의 표시인 자색(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봉헌한다.
재의 수요일이라는 이름은 이날 교회가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행하는 데에서 생겨났다. 곧, 이날은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사용했던 성지(聖枝)를 모아 불에 태워서 만든 재를 사제가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 위에 얹거나 이마에 십자 모양으로 바르는 예식을 갖는다. 오늘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킨다.
오늘 전례
▦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 사제는 신자들에게 재를 바르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 참조) 하고 말하며 우리 머리 위에 재를 얹는 예식을 합니다.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이제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다짐하면서 미사를 봉헌합시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바로 우리들 보고 들으라는 것입니다. 특히 가르치는 사람들, 지도층 인사들, 교사들, 부모들 어른들을 향해 듣고 심각하게 반성하라는 의도 아닐까요.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위선자들을 무섭게 몰아세우면서 야단을 치고 계시는데,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야단만 맞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강한 질타 이면에 긷든 예수님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질타가 오늘 우리에게 주려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해답은 이것인 듯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적인 삶과 정 반대에 서있는 그 누군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참된 신앙인의 상, 참된 지도자상을 찾아내는 일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 듯 합니다.
이 사순시기 우리가 추구해야할 참된 신앙인의 모습, 참 지도자의 모습은 위선이나 가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 다시 말해서 꾸밈없는 사람, 순수한 사람, 솔직한 사람, 자연스런 사람,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겠습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신의 존재 중심에 굳게 자리하고 계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이겠습니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되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겠습니다.
재의 수요일에 저는 어찌할까 하다가 보속으로 사순절 기간동안 술 안마시기로 정하려 했는데. 다른 것은 그럭저럭 지키겠는데, 술 안 마시기는 너무나 과중한 형벌이어서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보속을 통해서 절약한 돈은 모아서 어디에 쓸까?? 고생하는 이웃을 위해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
이 사순시기 가장 큰 보속은 뭐니 뭐니 해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견디는 일인 듯 합니다. 마음 크게 먹고, 때로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겠습니다. 이웃을 해치는 말이 나오려할 때 입을 자주 틀어쥐는 일이겠습니다.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허전한 뒷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껴보려는 넉넉한 마음을 먹는 일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