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정치가는 백성을 마음으로 다스리고, 그 다음으로는 이익을 통하여 백성을 이끌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가르쳐 깨우쳐 주는 것이며, 그 아래 방법은 강제로 백성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각자가 최선을 다해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물건 값이 싸면 비싼 곳에 팔고 비싼 물건은 싼 곳에서 가져다 팔면서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한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된다. 또한 물건은 부르지 않아도 절로 모여 들고,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백성들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도에 부합하는 결과이다.
‘주서周書’에는 ‘농민이 생산하지 않으면 식량이 모자라게 되며 공업이 부진하면 상품이 부족하고, 상인이 물건을 유통시키지 않으면 3보三寶(식량·자재·상품)의 공급이 끊기게 된다. 또한 나무꾼이 나무를 베지 않으면 자재가 모자라게 되고, 자재가 모자라게 되면 산과 택지는 개발되지 못한다. 이 네 가지야말로 생활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근원이 크면 백성은 부유해지고, 근원이 작으면 백성은 빈곤해진다. 위로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아래로는 가정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빈부貧富라는 것은 누가 주거나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재주가 있는 사람은 부유해지고 모자라는 사람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태공망太公望이 영구營丘에 부임하여 보니 땅에는 소금기가 많고 습했으며, 그 주민은 적었다. 태공망은 길삼을 장려하는 한편 생선과 소금을 주主 상품으로 팔았다. 그리하여 많은 상인과 물자가 모여 들게 되어 상업이 번성하였으며, 제나라는 천하에 의복과 장신구를 공급하게 되었고, 부강해진 제나라에 대해 수많은 제후들이 경의를 표하였다.
제나라는 이후 한때 쇠약해졌으나, 관중이 나라의 정치를 맡으면서 경중輕重(물가를 조절하는 방법)·구부九府(물자를 관장하는 9개 관청)를 설치하여 경제를 부흥하여 환공桓公은 패자가 되고, 제후들을 아홉 번 회맹시켜 천하를 바로잡았다. 관중 또한 큰 위치에 올라, 지위는 신하였으나 열국의 왕들보다도 부유했다. 이리하여 제나라의 부강은 위왕威王과 선왕宣王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는 옛말처럼 예禮는 여유가 있으면 생기고 여유가 없으면 사라진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君子가 부유해지면 즐겨 그 덕을 행하고, 소인小人이 부유해지면 그 힘을 휘두르려고 한다.
못은 깊어야 고기가 살고 산은 깊어야 짐승이 살듯이, 사람도 부유해야만 인의仁義가 따른다.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으면 더욱 유명하게 되지만, 세력을 잃으면 식객들도 모두 떠나고 아무도 따르지 않게 된다.
하물며 오랑캐들이야 어떻겠는가?
속담에 ‘천금千金의 아들은 시장에서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것은 빈말이 아니며, ‘천하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찾아 오는 것도 모두 이利를 얻고자 함이고, 우루루 달려가는 것도 이利를 찾아가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천승千乘의 왕도, 만가萬家를 호령하는 제후도, 백 칸짜리 집을 가진 대부조차도 오히려 가난함을 걱정하는데, 하물며 아래 서민들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사마천 지음 <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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