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내 남편"

뚜르(Tours) 2011. 11. 1. 22:54

"내 남편"

 
       

 

내 남편은 건설현장 근로자다.
말로는 다들 직업은 평등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
세칭 '막노동' 하는 남편을 가진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어쩌다 친정에 가도 풀이 죽는다.

오늘은 널었던 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건설" 이라고 적힌 곤돌라를 발견했다.
집근처에서 일 한다는 소리를 들은터라
남편 현장일거 같아 남편을 찾아보았다.

아!
조그맣게 남편이 보였다.
위험한 난간 위를 오가면서
나무 기둥을 붙잡고 망치로 못을 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울고 말았다.
왜 내 남편은 땡볕에서 꼭 저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 이쪽으로 누우세요."
했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당신 오늘 6층에서 일했죠?"
"어! 어떻게 알았어?"
"오늘 이불 걷다가 봤어요, 서쪽 끝에서 일했죠?" 했더니
"응"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기가 고생하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
내가 본 게 못마땅한 것 같았다.

잠자리에 누운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왜 멋을 안 부리는 거야?
옆집 진영이 엄마 같이 야들 야들한 바지 하나 사 입어."

"당신 땡볕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옷을 입어요?" 했더니

"다 당신하고 윤정이 위해 일하는데 뭘 그래.
이번 달에 사 입어. 파마도 좀 하고"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지체 높으신 사모님 소릴 못 들어도
이 사랑받는 것이 행복하다.

- 이현수 옮김 -

                                                                                    

오늘은 일찍 가정에 돌아가십시오^^

- 이해와 사랑은 무쇠도 녹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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