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외눈박이 우리 아버지"

뚜르(Tours) 2011. 11. 10. 00:16

 

 

 

 

 

중학교 1학년 때 바로 앞에서 쳐다본
아버지의 눈은 기묘했습니다.

"아빠! 아빠 눈이 이상해요..
왼쪽 눈이랑 오른쪽 눈이 따로 움직여요."

제 말에 아버지는 어어? 하더니 고개를 돌리곤
재빨리 거실 쪽으로 사라져서
한참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이유는 어느 날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 살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저를 구하느라
자기의 눈이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것도 감수한 아버지,
저에게 알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

왜 우리아빠의 눈만 저럴까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너희 아버지 어딘가 이상해"

철없는 친구들은 그렇게 말합지만,
저는 이제 주눅 들지 않습니다.
고개를 펴고 당당히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우리 아빠는 훌륭한 분이야."

 


- 민기주 -

 

                                                                                                    

아버지

잊혀진 이름입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시는 아버지

힘이 들어도

투정 한 번 못 하시는 아버지

말없이 먼 산만 바라보시는 아버지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가 그리워도 울지못하시는 아버지

할아버지가 보고싶으셔도 그립다 말씀 못하시는 아버지

 

막걸리 한 잔 걸치시고

어두운 방구석에

말없이 쓰러져

누가 볼세라 뜨거운 눈물만 흘리시는 아버지

 

 

그리고

웃는 모습만 보이시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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