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충북 단양에서 있었던 고등학교 반창회에 갔을 때 근처 구인사救仁寺를 구경갔습니다.
구인사는 소백산의 여러 봉우리들 가운데 하나인 연화봉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945년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가 칡덩굴로 얽어 만든 삼간초암을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로 명명하고, 뼈를 깎는 수행정진을 통해 이 땅에 천태종을 다시 중창시킨 도량이라고 합니다.
구인사를 둘러보며 나는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천태종의 총본산이라고는 하지만 그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단층 목조건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전통사찰들과는 달리,
구인사는 다층의 콘크리트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건물들이 계곡을 온통 덮고 있었습니다.
현대식 콘크리트조造의 건물들이 수십동 빽빽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5층 건물인 대법당은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절 식구들, 신자들, 나 처럼 구경 온 사람들로 절 안팎이 북적였습니다.
경내에 우편취급국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이곳에 와서 기도정진을 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대가람大伽藍으로 급성장 발전을 하였다고 합니다.
염불念佛 중심의 의례종교를 탈피하고, 생활 속에 자비를 실현하는 생활 실천 불교를 지향하며, 주경야선晝耕夜禪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인사는 절이라기 보다 하나의 거대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맨 꼭대기, 연화봉 바로 아래에 큰 법당이 있었습니다. 나는 '대웅전이려니....’ 하며 법당앞으로 가서 안쪽을 들여다 봤습니다.
당연히 부처님이 좌정해 계실거라고 생각한 그곳에 글쎄......
<부처님>이 아닌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낯 설고 황당하던지요.
그 건물은 <대조사전>이라는 건물이었습니다.
대조사전은 대한불교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의 존상을 봉안한 곳입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 건물이 <대조사전>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나는 그냥 <대웅전이려니....> <법당이려니..> 했습니다.
나중에 팜프렛을 읽어보고서야 <대조사전>임을 알았습니다.
대조사전은 인간문화재 대목장 신응수씨에 의해 시공된 건축물로서,
겉에서 보면 3층 건물이지만, 내부는 지붕까지 탁 트여져 있는 통층구조입니다.
구인사에서 가장 좋은 위치(높은 곳) 에 자리 잡고 있었고 가장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구인사는 여늬 절과 달리 창업주를 섬겨받들고 기리는 기업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태가 그런가 봅니다.
요즘은 교회당 건물들도 어마어마하게 크게 지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신도들이 수만, 수십만명이나 되는 거대 교회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유화 권력화 우상화되어 가는 것도 눈총 받을 일입니다.
절이나 교회를 크게 지어야만 받는 은총도 크다고들 믿는 건지......
아니면 신자들이 많이 몰려드니 크게 지을 수 밖에 없는 건지....
큰 것을 짓고, 섬기기 보다 섬김 받기를 좋아하는 세상.
이런 세상을 두고 인간의 한계라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한 편으로는 슈바이쳐박사 장기려박사 이태석신부같은 위대한 분들이 있기에 인간의 가능성 또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수리산을 오르는데 MP-3에서 <Amazing Grace>가, 연이어 <You Raise Me Up>이 흘러나왔습니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
첫 겨울이 오고 있었습니다.
박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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