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에 보면 과즉물탄개 (過則勿憚改) 라는 어구가 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경구와 관련해 미국 제록스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그 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선 시말서를 쓸 정도의 중요한 실수라도 빨리 발견해 수정했을 때는 별도의 벌이 없었다.
실수에 대해서 정직할 것 ,
이미 저지른 실수라면 속히 개선할 것,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을 늘 교육할 뿐이었다.
생산관리 시스템 관리업무를 맡고 있던 어느 날,
공장에 최첨단 로봇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것을 보았다.
이유를 알아보니 많은 검토 끝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했는데,
기존 생산라인과 병목현상이 일어나 가동을 중지하고 사용 여부를 재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계획과정에서 충실했다는 점, 모두가 도입안에 대해 찬성했던 점 등이 밝혀졌고 따라서 모두의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사안은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그들은 실수를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 이 사안을 임직원 모두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나로서는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실수에 대한 관용에 인색하다.
그래서 실수를 감추게 되고 결국 더 큰 화를 당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수 그 자체를 질책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야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잘못된 점을 찾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똑같은 실수를 정확히 되풀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실수와 성공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과학적 발견ㆍ발명 중에는 실수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지 않은가.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일본의 다나카씨도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위대한 발견을 하고 노벨상을 받지 않았는가.
다시 한 번 공자의 말을 인용해 본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
김재민 / 더존디지털웨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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