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늦은 아침 지하철에 앉아 있는 젊은 부부를 보았다.
아내는 남편의 양복 깃을 털고 넥타이의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었다.
남자의 양복은 유행이 한참 지나 약간은 빛이 바래 보였다.
남자는 어색하게 상의를 추스르며 아내와 나직한 말을 주고받았다.
긴장하고 상기되었지만 미량의 희망이 젊은 부부의 얼굴에 감돌기도 했다.
남편은 어느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인 듯했다. 지하철이 한강을 통과하자 햇살이 창가에서 쏟아졌다.
아내는 젊고 만삭이었다.
또 한해가 가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영원히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나를 낳고 키워준 그 따뜻한 흙을 그리워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낯선 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한 해가 가고 있는 이 추운 겨울에 나는 지하철에서 본 그 소박한 젊은 부부를 생각한다.
이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서로를 보듬어 줄 따뜻한 온기밖에 없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만져주던 모습을 생각한다.
다시 솟아 오르는 새벽의 밝은 해처럼,
갓난 아기를 안고 있을 그 희망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김용희 /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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