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상 전 기도
천상 스승이신 예수님,
당신이 제 안에 현존하여 계심을 굳게 믿습니다.
마음을 다해 당신을 흠숭하며,
지극히 높은 선이신 당신 앞에
겸손되이 비오니,
저의 지성을 비추시고 마음을 움직이시어
이 묵상에서 좋은 결실을 얻도록 은총을 주소서.
열한째 날
사순 제2주간 월요일
바로 그때 그 두 사람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다다랐다.
그래서 라파엘이 두 사람을 고쳐주도록 파견되었다. 곧 토빗에게는
그의 눈에서 하얀 막을 벗겨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보게 해주는
것이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토빗의 아들 토비야의 아내가 되
게 해주고 또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를 내쫓아 주는 것이었다.
사라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하는 그 누구보다도 토비야가 사라
를 차지할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토빗이 마당에
서 집으로 들어가고, 라구엘의 딸 사라도 위층 방에서 내려갔다.
(토빗 3,16-17)
우리가 지금껏 들어온 두 사람의 운명이 이 이야기에서 갑작스럽게 그리고
놀랍게 이어집니다. 두 사람의 기도가 한 번에 이루어지리라고 담담하게 진
술합니다.
우리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실까요? 이것은 인간이 지녀온 오래된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의 미지의 저자는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
시는 일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대천사 라파엘이 이 기도를 듣습니다. 여기서 다시 이름에 하나의 계획이
들어 있습니다. '라파-엘', 곧 '하느님은 치유자'이십니다. 라파엘이 두사람
의 기도를 하느님 앞에 가지고 갑니다. 이것은 천사의 '고전적' 임무이지요.
그리고 그는 토빗과 사라, 두 사람 모두를 치유하도록 파견됩니다.
그리고 행복한 결말도 암시됩니다. 토비야는 사라와 결혼할 것입니다.
토빗과 사라의 두 이야기가 나란히 있었던 것이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사목 상담을 할 때 신자들한테 자주 듣는 불평은,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척이나 열성으로 기도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 기도가 때때로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하느님께 우리의 부족함만 말
씀드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의 부족함을 가장 잘 메울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하느님께 여쭈며, 그렇게 해달라고 청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기도의 성취가 우리에게 이롭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종종 우리
의 구체적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게 아닐까요?
물론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백만장자가
된다고 누구나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도 재정
적 안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돈은 행복을 느끼는 데 매우 한정적
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들어주시지 않는 소원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에서 죽음
을 없애시지 않을 것입니다. 암과 같은 질병이 갑작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지요.
기도는 이 일은 이렇게 되어야 하고 저 일은 저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느님이 이 일은 이렇게 하시고 저 일은 하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해야 할 것은 바로 나의 부족함과 어려움
을 말씀드리고, 그저 그분 앞에 봉헌하는 것뿐입니다. 그분은 분명 옳은 것을
행하실 것이고, 모든 좌절감을 변화시키실 것이며,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상처
를 치유하실 것입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기도드릴 뿐입니다. 하느님께 모든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하셔야 한다고 지시하는 일은 분명 우리의 교만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여러분은 '주님의 기도'의 이 구절을 진실하게
바치고 있습니까?
+ 묵상 후 기도
스승 예수님, 이 묵상 동안에
내려주신 당신의 빛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부족함을 용서하소서.
저의 결심을 당신께 바치오니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
저를 지켜 주시는 수호천사님,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당신께 맡기셨으니,
저를 비추시고 지켜주시며, 인도하시고, 다스리소서. 아멘.
- 바오로가족기도서(성바오로,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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