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편안함을 추구하면 몸이 나빠진다

뚜르(Tours) 2013. 2. 27. 07:57

내 몸은 누구보다도 잘 대접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것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좋은 차 타게 하고, 좋은 곳에서 자게 하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일일까요?
혹시 이렇게 자신의 몸을 애지중지 귀하게 여기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십시오.
어쩌면 그 귀한 몸 대접, 귀생貴生이 오히려 나의 몸을 망치고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대추나무에 대추 많이 열리게 하려면 염소를 묶어 놓아 괴롭히거나 나무를 자꾸 두들겨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대추나무가 긴장하면서 본능적으로 대추를 많이 열어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게 된답니다.
또한 전나무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후손을 남기기 위한 꽃을 피우는 것이지요.

노자 <도덕경>에는 이런 논리를 인간에게 적용시켜 귀생貴生과 섭생攝生으로 설명합니다.
귀생貴生, 자신의 생을 너무 귀하게 여기면 오히려 생이 위태롭게 될 수 있고
섭생攝生, 자신의 생을 억누르면 생이 오히려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태어나서 죽음의 세계로 가는 이유는 자신의 생에 대한 집착이 두텁기 때문이다.’
’섭생을 잘하는 자는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

섭생의 이로움에 대하여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섭생의 섭攝은 억제하는 것입니다.
내 생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억제할 때 그 생은 오히려 더욱 건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친 음식 먹고 조금은 춥고 힘들 때, 오히려 인간의 생명은 최적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질의 풍요와 편리함이 화두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내 몸을 귀하게 대접하는 귀생이 오히려 병이 될 수 있고,
내 몸을 적당히 고생시키는 섭생이 생을 위해 이롭다는 역설이 귀에 들어옵니다.
내 몸 귀하게 여기는 귀생貴生, 그보다 더 아름다운 섭생攝生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편안하고 따뜻하고 배부른 곳은 죽음의 땅일 수 있습니다.

몸은 귀하게 여길수록 더욱 나빠집니다.


 

박재희 지음 <3분 古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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