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똑똑한 상인은 좋은 물건을 깊이 감추어 남에게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뚜르(Tours) 2013. 3. 24. 23:42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말 아끼는 귀한 물건이라도 자주 남에게 자랑하고 보이면 더 이상 내 것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정말 소중한 것은 밖으로 내돌리지 않는 것이죠.
이 구절은 공자가 노자를 찾아가 예禮에 대하여 물었을 때 노자의 대답 속에 나옵니다.
노자는 공자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당신이 지금 주장하는 요순 같은 성현의 예禮를 말한 사람의 뼈는 모두 썩어 없어졌고
오직 그들의 말만 남아 있을 뿐이오.
진짜 훌륭한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꼭꼭 감추고 남에게 안 보여준다고 들었고
진짜 훌륭한 인격과 학식을 가진 지식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수룩한 사람처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소."

이 말은 훌륭한 상인은 좋은 물건을 남에게 잘 안 보여주듯,
훌륭한 인격과 학식을 가진 사람은 함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노자의 역발상 철학입니다.
노자는 세상을 구제하겠다고 돌아다니는 공자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입니다.
때로는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 세상을 피하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밝히는 시대라고 합니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며, 어떤 실세와 친한지,
정말 아낌없이 밝히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좋은 것을 너무 밝히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진정한 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아야 합니다.
능력이든, 지위든 감추는 것이 오히려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노자의 철학 말입니다.


때로는 감추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박재희 지음 <3분 古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