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기도ㆍ겸손ㆍ자비의 거룩함을 살자"

뚜르(Tours) 2013. 10. 13. 22:49

"기도ㆍ겸손ㆍ자비의 거룩함을 살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 한국교회에 '예언자적 삶' 당부

▲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1일 오후 서울대교구청을 방문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이 일행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걷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주한 교황대사관 참사관 카보레 줄리안 몬시뇰,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백영민 기자

"거룩함을 위해서는 절대로 쉬는 일이 없어야 하며, 또한 거룩함이 신앙의 장식품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거룩함을 진보시키는 데에 필요한 세 가지 근본적인 길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도와 겸손, 그리고 모두를 향한 자비입니다.… 한국인들 가운데에서 가톨릭교회는 누룩의 역할을 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를 이루는 친교와 공동선의 도구가 되라는 사명입니다."(5일 절두산 순교성지 미사 강론에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이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이 땅에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일깨우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한 큰 기대를 안겨줬다.

 6박 7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주교단과 사제단ㆍ수도자ㆍ신학생ㆍ평신도들을 만나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필로니 추기경은 방문한 곳마다 한국과 한국교회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랑과 열정을 알렸다.

 필로니 추기경은 또 신자들에게 "한국 방문을 고대하는 여러분의 열정을 그대로 교황께 전하겠다"고 약속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교황 방한 초청에도 "교황님께서 한국을 꼭 오시고 싶어 하신다"고 답해 교황 방한 가능성을 더 높였다.

 필로니 추기경은 아울러 한국교회 모든 계층의 신자에게 "복음에 뿌리를 두고 인간 존엄성과 생명 및 가정 수호, 국민의 자유, 공정한 법 제정, 환경과 노동과 이민을 보호하는 일 등에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가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세속주의와 물질 만능ㆍ향락문화를 지적한 필로니 추기경은 이 죽음의 문화를 역류하는 예언자적 삶을 살아갈 것을 모두에게 요청했다.

 그는 "밀가루(인간)와 누룩(복음)과 소금(증거)이 물(세례)과 결합할 때 좋은 빵으로 변형되듯 비그리스도인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깊은 영성을 교회 안에 배양해야 한다"며 "이 땅의 순교자들이 보여준 모범 안에서 한국교회가 배양할 영성의 생명력과 힘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가 짧은 기간에 10%가 넘는 복음화율을 달성했지만 나머지 90%의 한국민들은 지금도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들 자신에게 전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신앙의 선물을 조건 없이 최선을 다해 나눠주자"고 강조했다. 덧붙여 필리니 추기경은 세계 80여 개국에서 수백 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복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 선교 지역을 관할하는 교황청 최고 책임자인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를 위해 그리스도께 강복을 청하고,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빌며, 교황의 사도적 축복을 전한 후 6일 출국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