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그 뒤안길

후쿠시마에선 지금

뚜르(Tours) 2013. 9. 5. 07:03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격납 건물 둘레에 '동토(凍土) 차수벽'을 만들기로 했다. 1m 간격으로 30m 깊이 냉각관을 땅속으로 꽂은 뒤 영하 50도 냉각제를 순환시켜 땅을 얼린다. 그렇게 만든 1.4㎞ 차수벽으로 주변 지하수가 원전 건물에 스며드는 것을 막겠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격납 건물로 흘러들어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를 퍼내 1000개 저장 탱크에 옮겨 담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저장 탱크에서 오염수가 샜고 저장 탱크를 둘 부지도 부족해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밝힌 후쿠시마 사고 수습 일정표를 보면 올해까지는 부서진 건물 잔해를 정리하는 수준이다. 내년에나 격납 건물 내부 방사능 제거와 원자로 파손 부위 용접에 들어간다. 원자로 바닥에 녹아 가라앉은 핵연료를 끄집어내는 건 2020년부터 2035년까지다. 격납 건물과 원자로 해체·철거엔 그 후 다시 15년이 걸린다. 도합 40년짜리 프로젝트다.


	만물상 일러스트

▶후쿠시마 원자로는 일단 냉각에 성공했지만 핵연료가 붕괴하면서 끊임없이 방사선과 열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작업은 원자로에서 500m 떨어진 원격조작실에서 무인 조정하는 장비와 로봇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장비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철골 해체에 쓸 600t짜리 크레인은 일본 업체가 수출용으로 제작한 것을 얻어 왔다. 좁은 장소에서 잔해들을 붙잡고 줍고 자르는 기계들도 업체들에 개념도를 주고 제작을 의뢰해 만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6월 일정 발표 때 연구 기관과 원자로 제작 업체 전문가를 결집한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로(廢爐)하는 기술은 있지만 폭발한 원전을 제염(除染·오염 제거)·폐로·철거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이제부터 기술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원자로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주된 작업은 로봇에 맡겨야 한다.

▶오염수 누출이 발표된 것은 8월 19일이었지만 실제 누출이 시작된 건 7월 9일쯤일 가능성이 높다. 그때쯤 저장 탱크 근처에서 일하던 작업원들의 방사선 피폭량(被曝量)이 급증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때여서 오염수 누출 발표가 늦춰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했다. 일본 정부의 어제 오염수 대책 발표도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오는 8일 IOC 총회를 의식한 홍보 대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일본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능력도 양심(良心)도 없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