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詩人의 상상력을 경영에 활용하는 법

뚜르(Tours) 2014. 4. 1. 07:06

대한민국은 지난 50년간 ’추월의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맨주먹으로 신화를 일구었지만, ’추월’의 게임은 이제 끝나고, 새 길을 가야 한다.
’추월’을 대신할 새 길의 이름은 ’초월의 길’.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끊임없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초월은 기준을 넘고, 한계를 넘고, 예상을 넘고, 경계를 넘어 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의 길이다.
새 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보거나,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감성’과 ’상상력’은 어떻게 해야 키울 수 있을까?
그것을 가장 많이 발휘하는 분야를 연구하면 되지 않을까?
그 으뜸은 바로 시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시인들은 탁월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시인의 감성과 상상력!
그 원천을 궁금해하던 중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필자도 대추를 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속살과 씨 정도가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시인은 어떻게 그 안에 있지도 않은 태풍, 천둥, 벼락, 그리고 무서리와 땡볕, 심지어 초승달까지 볼 수 있을까?
조심조심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수백년 동안 축적해 온 그들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체화(一體化)’다.

이 말에 필자는 깜짝 놀랐다.
경영의 세계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까지 가보려고 노력하는데, 시인들은 그보다 훨씬 더 먼 곳 ’상상의 끝’까지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역지사지’를 넘어 자신이 곧 ’그것’이 되는 것이다.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비가 된다.
기업으로 치면 자동차가 되고, 휴대폰이 되고, 신용카드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많은 강연을 다니며 "혹시 대추가 되어본 적이 있는 분 계십니까?"라고 물어보았지만, 대추가 되어본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좋아했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중 ’순수의 전조’ 한 대목을 보면 그가 시인들의 세계에 천착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기 위해/ 손바닥 안에 무한을 붙들고 / 시간 속에 영원을 붙잡아라’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모래가 되는 것이다.
비록 작지만 모래만의 삶이 있기에, 그 속으로 들어가 그것이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제 곧 ’갤럭시 S5’가 나온다고 하고, 또 ’아이폰6’도 나온다고 한다.
누가 더 새롭고 놀라운 스마트폰을 만들었는지는 결국 스마트폰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본 진영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강신장 /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